“젊은이들이여, 당신이 누구든 자신을 사랑하십시오. 자신을 표현하십시오.”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의 유엔 회의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방탄소년단의 리더 김남준이 스물넷 청년의 목소리로 전한 이 메시지는 유엔 회의장을 넘어 전 세계 청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를 앞서는 파워 트위터리언이자 유튜브 조회수 32억 뷰를 보유한 영향력 넘치는 그들의 등장은 세계의 시선을 유엔으로 모았고, CBS 뉴스의 표현대로 ‘고루한 유엔에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날 유엔 회의장에는 요르단의 젊은 여성 의사 바툴 알-와흐다니(Batool Al-Wahdani), 네팔의 청년활동가 졸리 아마티야(Jolly Amatya), 캐나다의 유명 유튜버 릴리 싱(Lilly Singh) 등, 방탄소년단 말고도 젊고, 힘차고, 자유로운 목소리가 여럿 울려 퍼졌다. 유엔은 73번째 총회의 시작에 앞서 왜 젊은이들을 그 자리에 서게 한 것일까? 유엔이 들려주고 싶어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구촌의 젊은이들, 안녕하십니까?
현재 전 세계 청년 인구는 약 18억 명으로 역사상 가장 많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오늘날의 현실은 그다지 안녕치 못하다. 10세에서 24세에 해당하는 이들 청년 다섯 중 하나는 교육을 받지도, 직업을 가지지도 못한 상태며, 넷 중 하나는 폭력과 무력 충돌에 노출되어 있다. 청년들의 90%가 살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젊은이들은 더 고단하다. 전체 빈곤 인구의 절반이 18세 이하며, 그들 중 5억 명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천만 명이 넘는 소녀들이 성인이 채 되기도 전에 뱃속에 아이를 갖는다.
지구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젊어졌지만, 그들이 사는 이 오래된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급속한 세계화, 기술 발전, 인구 이동, 노동시장 변화, 기후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내는 숙제는 고스란히 청년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든 하지 못하든, 다가올 2030년의 현실은 지금의 청년들이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2030세대로서, 그 누구도 아닌 젊은이들이 그들의 안녕한 미래를 위해 좀 더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유엔에게 청년은 무엇입니까?
방탄소년단과 젊은이들을 유엔에 초청한 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의 새로운 계획으로 ‘유엔 유스2030전략’(UN Secretary-General’s Youth 2030 Strategy)을 내놓았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라’, ‘양질의 교육과 보건서비스 기회를 제공하라’,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우라’,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라’, ‘평화와 안보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등 크게 다섯 가지 주문을 담은 유엔이 추진해야 할 전략을 발표하며, 사무총장은 ‘청년 중심 유엔’을 표명했다.
‘청년들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We need young people to lead). 이제껏 유엔의 활동이 청년들을 외부의 대상으로 대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청년을 위한 일을 청년과 함께 해 나가겠다는 것이 유엔의 새로운 전략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강한 의지로 탄생한 이 전략은 유엔 시스템 안에 청년을 포함시키는 실질적 방법과 계획을 제시한다. 청년들로 구성된 유엔자문단을 만들고, 유엔 국가파견단마다 청년 담당 포컬포인트(focal point)를 두며, 유엔 고위급과 청년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고, 유엔 관계자들에게 청년에 대해 교육시키는 유엔청년아카데미를 세우는 등, 청년을 유엔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모시기 위한 유엔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청년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긴밀하고 강력한 상호 연결’. 글로벌 시대이자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의 청년들을 특징짓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세계 청년의 날(8월12일) 기념 메시지에서 “서로 연결된 지구촌의 청년들이 빈곤과 소외와 절망을 함께 헤쳐가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84%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자신들이 의무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이렇듯 청년들의 DNA에는 우리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줄 희망이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유엔의 의사결정 과정과 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말은 아직까지 멀고 낯설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청년을 불러오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마음에 있다. 젊은 목소리를 빌어, 젊은 그들의 마음에 닿게 하는 일. 유엔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그래야 서로 연결된 그들의 힘이 훨씬 커질 테니까.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하며,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와 한국위원회간의 연락, 유네스코 활동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