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4회 유럽지역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회의
유럽에도 끈끈한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네트워크가 있다. 지난 2월 24-26일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열린 제4회 유럽지역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회의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특별 옵저버로 초정받아 참가했다. 국가위원회 ‘패밀리’들이 한 목소리로 유네스코의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변화를 촉구한 현장을 전한다.
전 세계 199개 유네스코 회원국 및 준회원국에는 유네스코 국가위원회가 설치되어 정부와 시민사회가 교육, 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네스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가위원회는 현장에서 유네스코 이념을 확산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손과 발이 되어 왔으며, 그러한 현장성을 바탕으로 조직의 비전과 중장기 전략, 구체적 사업 및 예산을 수립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유네스코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매 2년마다 개최되던 지역별 국가위원회 자문회의가 중지되어 국가위원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유럽 지역에서는 유네스코 독일위원회의 주도로 비공식 회의를 개최하여 공동의 고민을 나누고 협력해 왔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여러 유럽 국가위원회와 함께 유네스코의 가치 평가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작년 9월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위원회 총회를 개최하기도 하여, 금년도 유럽 지역 회의에 특별 옵저버로 초청받았다. 마르유카 하프너(Marjutka Hafner) 유네스코슬로베니아위원회 사무총장은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 속한 유네스코 국가위원회들이 모여 유네스코에 관한 주제뿐만 아니라 유럽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고 열린 토론을 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며 한국에서 온 ‘패밀리’들에게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공동 사업을 개발하여 유럽 내 유네스코의 가시성을 높일 수 있었으며, 개별 국가위원회 차원이 아니라 공동으로 유네스코 본부와의 협력을 증대시키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럽 지역회의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AI)과 전략적 전환이었다. AI에 관한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슬로베니아 요제프 스테판(Jozef Stefan) 연구소의 마르코 그로벨닉(Marko Grobelnik) 박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네스코가 해야 할 역할은 “더 큰 사회적 선을 위해 AI에 도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관련 문제에 대한 유네스코의 발빠른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네스코 사무국 대표로 참석한 피르민 에두아르 마토코(Firmin Edouard Matoko) 아프리카대외협력 사무총장보는 유네스코가 ‘기술의 평등한 접근’이라는 차원에서 교육, 청년, 이민 등 다양한 업무영역에 AI를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유럽지역 국가위원회들은 AI와 같은 이슈에 대해 국가위원회가 더 적극적으로 견해를 밝히고, 유네스코 사무국 역시 이를 경청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회의는 전략적 전환을 맞은 유네스코에 국가위원회들이 언제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고, 영국, 핀란드, 헝가리, 독일, 이탈리아 등은 정부와 시민사회를 모두 아우르는 조직인 국가위원회가 유네스코 조직의 비전과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데 크게 기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위원회도 ‘유네스코 이념의 국내적 이행자’로서 국가위원회의 역할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고, 캐나다위원회는 성공적인 전략적 전환을 위해 사무국이 먼저 국가위원회에 손을 내밀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의와 함께 청년, 유네스코학교, 유네스코협회, 기후변화, 미디어 문해, 유네스코 지정유산 등 8개의 세부 워크숍도 밀도있게 진행되었다.
주제별로 좌장과 보고관을 맡은 국가위원회들은 공동의 고민에 공감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각국의 사례를 공유했다. 유네스코 지정유산과 협회 등 국내 유네스코 활동 주체들에 대한 유네스코 로고와 명칭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논의하는 워크숍에서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는 한국위원회의 사례가 좋은 모범 사례로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박 3일간 진행된 회의의 마지막 날, 독일과 프랑스 국가위원회는 유네스코 국가위원회의 역할과 활동에 관한 브로슈어를 새롭게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초안 작업 및 여러 국가위원회와 사무국의 자문을 거쳐 오는 11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배포하기로 했다. 한국위원회 역시 제작과 준비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오는 6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인도네시아에서 동아시아 지역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럽의 회의처럼 우리 지역의 회의에서도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2020년 제5차 유럽 지역회의가 열릴 포르투갈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국가위원회 동료들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지현 국제협력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