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 행복한 학교, 나다운 학생 만들기부터
10월 20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유네스코 방콕사무소 주최로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학습 세미나’가 열렸다. 방글라데시, 부탄, 일본, 키르기스스탄, 라오스, 몽골, 한국, 타지키스탄,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국에서 유네스코학교 국가조정관, 교육부 담당자, 유네스코학교 교사 등 45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행복한 학교: 학습자 복지, 사회 및 정서적 학습’을 주제로 열띤 논의를 펼친 이번 세미나의 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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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분주하다. 빠르고 치열하며 때로 매정하기까지 한 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학생을 준비시켜야만 하는 곳이 학교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는 당위는 현실을 소외시킬 때가 많다. ‘현실 교실’에는 노력해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며 낙오자처럼 주눅들어 있는 학생, 의미를 묻자니 동기가 없어진다며 공부하기를 유보하는 학생, 현실감각 ‘제로’에 에너지만 많아서 무턱대고 낙천적으로 놀기만 하려는 학생들이 함께 모여 있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회인을 육성하기 위해, 학교는 학생들을 조련하고 격려하여 더 높이 뛰게 하라는 무언의 실천과제를 떠안았지만 교실 안의 학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학교라는 교육 공간이 학생의 개별성을 훼손시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얼마든지 성장해나갈 수 있는 환경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학교라는 곳에서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꿈꿀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다고 말한다. 무한 경쟁 사회의 여파가 학생, 아니 교육자에게까지 전이된 건 아닐까? 오늘날 교육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은 어떤 한계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긋나고 있는 교육 현실 속에서 우리가 지키고 북돋아야 할 단 하나의 교육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교육자가 학생의 ‘행복’을 돕는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미래를 이야기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행복이란 나이를 불문하고 ‘지금, 여기’에 관한 일이어야 하며,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에 관심을 둘 때만이 새로운 교육과 새로운 미래도 가능하리라.
이번 세미나는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교육 현장에서 ‘행복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간 쌓아 온 고민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해피 스쿨 프로젝트 시범 진행 사례와 방법론을 공유하고 열띤 토론을 통해 많은 질문과 의견들을 나누었다. 해피 스쿨 프로젝트의 기본 방침과 방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네트워크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가?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는가?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사들이 긍정적 방향을 구축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양질의 학습 결과를 결정하는 수단과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한 지나친 경쟁과 시험 지향적인 교육 시스템은 많은 국가의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교사들에게도 이러한 시스템은 불안의 요소다. 행복한 교육보다 결과 지향적인 교육 위주의 현실에서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갈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와 토론은 계속되었다. 그 결과는 무척 긍정적이었다. 정서적 학습, 긍정적인 관계와 태도, 열린 학교, 팀 프로젝트, 강제적이지 않은 학교 분위기, 사회성과 협업을 장려하기 위한 공동 학습 분위기, 교사 연수, 무엇보다 행복한 교사의 마인드가 해피스쿨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관리자와 교사를 위한 역량 강화는 중요한 문제다. 일부 국가들은 관리자와 교사 역량 강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었고,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개발하는 한편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의지도 다지고 있었다. 안젤로스 발리아나토스(Angelos Vallianatos) 그리스 교사연수 담당자는 학교에서의 영성을 통한 민주적 학교 문화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행복교육 이행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9.11테러 이후 종교는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며, 역사와 언어, 문화 간 교육에 있어 종교적 차원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과 학교에서 종교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행복한 학교 학습 세미나는 국가, 학교, 교사, 학습자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고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행복교육에 대한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하며, 그 방향으로 함께 가야 한다는 데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개성은 자신다울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인간에게는 아기였을 때부터 오감을 사용해 세상을 탐구해 나갔던 명민함과 건강한 자각능력이 본능으로 주어져 있다. 학생들에게 이미 부여된 건강한 본능을 일깨워주자! 학업과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학생들을 흔들어 깨워, 잠시 자신의 마음속의 일들을 느낄 기회를 주자.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자각하며 자신을 통찰하고, 자신을 넘어 ‘우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자. 그리고 그 ‘행복’을 느끼게 해 주자. 워크숍 참가자들은 새로운 글로벌 과제와 동시에 행복한 미션을 찾고 각자의 나라로 발걸음을 돌렸다. 행복한 미소와 함께.
엄세호 온양한올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