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유산 ‘오해와 진실’ ⑰ 무령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가요?
고구려의 침입을 막고 나라의 중흥을 이룬 백제 제25대 무령왕과 그 왕비의 능이 1971년 공주에서 처음 발굴되었습니다. 삼국시대 고고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무령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된다’입니다.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시, 부여군, 익산시 3개 지역에 분포된 8개 고고학 유적지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입니다. 이 중 공주시에 속한 고고학 유적지는 웅진 공산성과 송산리 왕릉이고, 무령왕릉은 바로 송산리 왕릉에 포함돼 있습니다. 연속유산이란 지리적으로 서로 접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유산지를 포함한 문화/자연 유산을 말합니다. 연속유산으로 묶기 위해서는 해당 유산들이 같은 역사·문화적 집단에 속하거나, 지리적 구역의 특성을 공유하거나, 같은 지질학·지형학적 구조를 가지거나, 같은 생물지리학적 지역 혹은 생태계 종류에 속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연속유산은 개별의 유산지로서보다도, 연속한 유산으로서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녀야 합니다. 올해 6월 24일부터 7월 4일까지 개최하는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또한 7곳의 전통 사찰이 포함된 연속 유산입니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지난 5월 발표한 심사평가서에서 우리가 신청한 7곳의 사찰 중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등 4곳의 등재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손다희 문화팀 전문관
유네스코 협약 돋보기 ③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 협약 (2005년 협약)
1945년 설립 이래 유네스코의 중심적 가치가 되어온 개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평화와 발전, 인권, 정의, 연대, 상호 존중 등이 그러하고, 오늘 협약 돋보기의 주인공이 될 ‘다양성’ 또한 유네스코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다양성이 존중 받는 사회야말로 모두의 인권이 지켜지고, 평화로운 공존과 창의적인 발전이 가능한 사회일 테니까요.
유네스코는 급격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성이 위협 받고 있다고 진단하고 2001년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UNESCO Universal Declaration of Cultural Diversity)’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서 문화란 예술 활동 등에 국한된 좁은 의미의 문화가 아닌, 총체적 삶의 양식으로서의 넓은 문화 개념을 말합니다. 유네스코는 이 선언을 통해 문화가 공동체의 정체성이나 개인의 인권과 직결되며, 따라서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천명했습니다.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 협약은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 채택한 협약입니다.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 없는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하고, 문화 정책 수립에 대한 각 국가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협약의 중심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이 협약에 가입하고, 2014년에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협약 이행 관련 의사결정기구인 협약 정부간위원회의 위원국으로 선출되어, 2021년까지 중책을 맡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종 ‘문화’를 경제적 가치로 단순 환산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또한 피부색과 성별, 사회경제적 계층 등, 나와 다른 타인의 가치관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은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보다 다양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송지은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