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 날갯짓이 세상을 변화시킬 거예요

지난 3월 6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자료실에 반가운 보고서가 올라왔다. <유네스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 활동보고서>가 바로 그것. ‘유네스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는 유네스코학교네트워크 초중고교 학생들이 평화, 인권, 다문화, 환경, 세계화, 지역고유문화, 경제정의 등 7가지 주제와 관련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이다.
매년 전국의 초중고 레인보우 프로젝트 참가 학교 학생들은 7가지 주제 중 다문화 바로알기, 학교 텃밭 가꾸기, 친환경 캠페인, 공정무역 캠페인 등과 같이 자신의 지역 혹은 학교가 지니고 있는 현안과 관련된 주제를 선택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하여 청소년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 1년간 진행할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학교 학생들 내에서, 또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때로는 지역사회와 힘을 합쳐 내 주변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간다.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201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이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들은 이제 조금씩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학원과 교과서에만 얽매이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접하며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려고 작은 실천에 나선 아이들. 주제가 일곱 가지인 것에 빗대어 ‘레인보우’라 명했지만 이들을 보면 무지갯빛 희망을 느낄 수 있기에 이름이 더 와 닿는다. 유네스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를 수행한 초중고교생의 활동기를 싣는다.
<초등학교>
다문화 이해 위해
보산초등학교
전체 260명의 학생 중 다문화 배경 학생 43명이 생활하고 있는 학교 특성에 맞춰 다문화 이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다문화 학생의 어려움을 탐구했고, 4월 22일∼26일 일주일 동안에는 하나누리주간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주일 동안 학교에서 세계 각국의 민속놀이 체험과 문화교류 수업, 국기 그리기 대회, 3(5)행시 짓기 대회 등이 개최되었고, 유네스코 동아리는 활동 결과를 모아 유네스코 게시판을 만들어 전시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세계시민 프로젝트를 통해 보산초등학교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경험하였습니다.
첫째, 보산초등학교 학생들은 외국인이나 이주 배경 학생들에 대해 더 이상 이방인이나 잘못된 사람이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둘째,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인권, 우리지역의 다문화가정, 우리나라의 평화를 넘어 다른 사람, 대한민국의 다문화가정 문제, 세계의 평화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올바른 가치와 공유하고자 하는 정신에 대해 스스로 알려나가고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길러졌습니다.
넷째, 움츠려 지내던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밝은 웃음을 찾게 되었고, 주변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안양 새 얼굴 찾기 프로젝트로 학의천 UCC 제작
벌말초등학교
안양 하면 무엇을 떠올려야 하는지 지역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많은 학생들이 안양의 자랑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안양의 역사에 대한 특강을 듣고 유적지를 탐방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중 하나인 학의천을 집중적으로 접했고, 이 과정에서 학의천을 손쉽게 알릴 수 있는 UCC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학의천에 사는 곤충들과 학의천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UCC로 만들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예전처럼 “안양을 대표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포도 아닌가?’라는 생각만 들었다면, 이제는 “안양은 관악산, 수리산, 삼성산, 안양천, 학의천 같은 아름다운 자연도 있고, 만안교, 마애종, 중초사지 당간지주 같은 귀한 문화재도 많은 도시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여 더 이상 포도는 볼 수 없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역사 깊은 문화재는 우리가 잘 보존하고 아낀다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안양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인재 양성 위해 화상으로 한일 교류수업 진행
월산초등학교
글로벌 인재의 중요한 자질인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형성하기 위해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다 오신 학부모를 초빙해 일본문화를 배웠고, 화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한일 교류수업을 시행했습니다. 1차에는 ‘My Favorite Things’란 주제로, 2차에는 ‘Rice Project, Our Cuisine & Culture’로 실시했습니다. 아이들은 “일본 친구들과 화상으로 교류할 수 있어서 신기했고 말도 꽤 통해서 좋았다.
자기소개를 하고 장기자랑을 할 때는 떨리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다음번에도 다시 만나고 싶다. 파이팅~!!” “오늘 수업을 통해 일본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더 재밌게 수업하고 싶고 오늘 일본애들한테 우리 나라 전통 무술인 태권도를 보여줘서 기쁘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다문화 이해의 중요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일 교류수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알고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일본이 독도를 빼앗으려고 해서 안 좋은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화상으로라도 만나면 싸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때만큼은 일본이 나쁘다는 생각이 없었다.
오늘 마지막 수업이었다. 너무 아쉬웠고, 또 하고 싶었다”는 아이의 표현에서 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중학교>
게임으로 에너지 절약과 자연보호 교육
방배중학교
학교가 위치한 지역 특성상 전기 물 가스 등 각종 에너지 자원을 많이 사용하고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 많습니다. 활동을 통해 생활용품 및 에너지의 양이 저개발국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용한 만큼 책임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서는 보드게임 ‘지구촌 힘 씨’를 활용했습니다. 게임을 통해 환경, 세계문화유산보존 운동의 필요성을 친근하게 알아갔고, 이후 모두 함께 노력해야 지구촌을 살릴 수 있다는 것과 지구촌의 문화유산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졌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환경오염, 이산화탄소 배출 물질,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는 일회용 제품들을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힘부터 시작해 우리나라,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지구촌 사람들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연환경 보전활동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녹색 상품의 필요성과 그 가치를 절실히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여 녹색생활 실천에 앞장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
영훈국제중학교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의 소중함을 알리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인지도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 홍보용 우드락과 팸플릿, 포스트잇 제작과 홍보활동 등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결과물을 전자파 스티커 형태로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소중한 역사들이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해 왜곡되고 사라지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해외에 있는 펜팔 친구들에게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는 역사에 대해 사전지식도 거의 없었고, 단지 하겠다는 의지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1년간 노력하고 활동을 한 결과, 왜곡된 역사들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가 끝났어도, 올해 주제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도시농부 프로젝트로 지속발전가능성 체험
한솔중학교
학교 내부에 녹색 공간과 쉼터가 없는 상황으로 학생들의 정서 순화에 좋지 않은 환경입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 학교 옥상을 이용해 텃밭에 채소와 꽃을 가꾸며 친환경적인 태도와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려 했습니다. 세시 절기에 따라 밭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수확하는 기쁨까지 온전하게 누렸습니다. 또 지역사회에 홍보활동도 해 로컬푸드 소비촉진,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을 이용한 화단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옥상 텃밭의 흙에 퇴비를 뿌려 흙을 갈아엎을 때 똥냄새가 난다며 난리법석이던 아이들, 풀벌레에 놀라고 거미줄에 놀라던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밭에 들어가 흙을 만지고 잡초도 뽑고 정성스럽게 가꾸는 모습과 수확물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를 실감합니다.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친환경적인 태도가 함양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결여된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도 경험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잔반 줄이기 캠페인으로 지구사랑 실천
등촌고등학교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잔반 줄이기’ 캠페인입니다. 급식을 깨끗하게 먹은 사람들에게 스티커를 주면 그 사람은 각 반에 있는 스티커 판에 스티커를 붙여 모아 가장 많이 모은 반에게 상품을 수여하였습니다. 학년별, 성별로 나누어 5개 학급씩 대항하고, 6개 학급에 상품을 수여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였고 여러 선생님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집계해본 결과 평소보다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실시한 주간의 잔반 양이 조금 더 적었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가장 큰 변화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입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내용을 떠나서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생각을 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힘을 합치니 일이 더 쉬워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생각과 의견들이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 덕분에 서로가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주고 의견의 타협점을 찾아내며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활동 초반에 참여도가 낮았던 친구들도 우리가 협동하는 것을 보고 열심히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 대상 전래동화구연 봉사활동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영등포구 다문화가정 지원 센터의 도움을 받아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래동화 구연 봉사를 했습니다. 다른 봉사 활동과는 다르게 우리가 직접 계획하고 준비하여 다녀온 봉사라 더욱 보람 있었고, ‘다문화사회’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하며 함께 사는 사회의 단면을 만들어간 뜻 깊은 활동이었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지난 1년간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레인보우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장래 희망을 찾았고, 다른 누군가는 세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 함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레인보우 프로젝트가 지금 우리에게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거나, 세상을 바꾸는 것 같은 막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가 더 이상 ‘다문화’, ‘환경’, ‘세계화’, ‘인권’과 같은 용어들을 어렵거나 두렵게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렵고 막연하기만 했던 그 단어들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여겨지고, 우리가 해결하고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마음에 일어난 작은 변화가 우리를 참된 세계시민으로 만들어 주고, 우리의 삶, 더 나아가 우리의 세상을 변화시켜줄 것을 믿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기 위해 ‘착한 수학여행’ 캠페인 펼쳐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건전한 소비 습관을 기르고, 앞으로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게 될 때에 나 자신뿐 아니라 전세계 소외계층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 위하여 공정무역, 공정여행 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기 전 공정여행에 대해 안내하는 캠페인을 전개하여, 여행지에서 건전한 소비와 현지인을 배려하는 여행 태도 등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실제 수학여행에서도 에코투어인 올레길 걷기 행사를 하였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제작한 배지를 착용하였으며, 바자회에서 구입한 에코컵을 사용하는 등 공정여행을 실천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화하였나요?
레인보우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정의, 환경, 다문화 등의 주제를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막연했던 이 주제들이 좀 더 와 닿았습니다. 축제에서 공정무역용품들을 사용해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였고 3회에 걸쳐 착한 수학여행 캠페인을 펼쳐 수학여행을 더 뜻깊게 진행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작은 노력들을 하며 우리 자신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나와 가족만이 아니라 세계시민의식을 가지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