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와 물 안보
10월 29일부터 3일간 미얀마 네피도에서 아·태 지역 국제수문학프로그램 국가위원회가 참여한 9단계 사업 회의가 열렸다. ‘물 안보1) 증진’과 관련한 8단계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9단계 전략 수립을 논의하는 이번 회의의 내용을 전한다.
1) 유네스코가 정의하는 물 안보란 ‘한 사회가 적절한 양질의 물 확보를 통해 유역 관리 기반 인간 및 생태계 건강을 보전하고, 물 관련 재해로부터 생명과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출처: 유네스코 IHP-VIII Strategic Plan (IHP/2012/IHP-VIII/1Rev.))
유네스코 국제수문학프로그램(International Hydrological Programme, IHP)은 유네스코의 5개 자연과학 분야 사업 중 하나이자, 유엔 시스템 전체 내 유일한 물 연구·교육·관리 관련 정부 간 기구다. IHP는 1975년 설립 이후 8년 주기의 단계(phase)별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는 ‘물 안보 증진’이라는 주제 아래 8단계(2014-2021) 전략을 추진 중이며, 9단계(2022-2029) 전략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IHP 정부간위원회 위원국(2017-2021)으로 활동 중이며, IHP 한국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유네스코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Water Security and Sustainable Management, i-WSSM)는 2017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카테고리 2센터로, IHP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아시아를 ‘전략적 협력지역’으로 선정하여, 아시아 대상 통합적 물 안보 역량강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이번 IHP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Regional Steering Committee for Asia and the Pacific, RSC-AP)와 같은 지역협력기구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역 내에서 대한민국 물 분야 위상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IHP의 RSC-AP는 1993년부터 매년 개최된 아·태 지역 ‘워터 패밀리’(Water Family)의 주요 지역 협력체로,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소를 사무국으로 하여 총 17개 아·태 지역 IHP 국가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17개 IHP 국가위원회, 5개 유네스코 카테고리 2센터,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소 및 베이징 사무소, 2개 유네스코 석좌 등이 참여해 IHP 9단계 전략계획(IHP-IX Strategic Plan) 문서를 논의하고, 관련 지역 전략을 토론하고, 지역 협력 및 소통을 강화하는 자리였다.
IHP-IX 전략계획은 2021년 11월 제41차 유네스코 총회 의결을 목표로 현재 초안 작업 중이다. 이번 9단계 전략은 ▲수자원 관리 데이터 및 정보 격차 해소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를 위한 과학 기반 의사 결정 ▲지속가능한 물관리(Sustainable Water Management, SWM)의 세 가지 주요 목표를 갖고 있으며, 그 안에 빅데이터의 역할, 메가시티의 등장,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와의 연계 등 현대사회가 당면한 다양하고 복잡한 과제들을 담았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IHP-IX 전략 계획의 토대가 될 ‘물 관련 거버넌스’(Water Governance)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물 분야 혁신을 이끌어갈 중요한 요소인 정보통신기술(ICT)의 역할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물 분야 혁신의 필요성에도 동의했다. 하지만 전략계획 문서와 지속가능발전의제 간의 연계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표명하고 ICT가 이번 전략의 ‘목적’이 아닌 ‘도구’로 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문서 내에 ICT 역할 및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성공적인 IHP-IX 도입 및 이행을 위해서는 유네스코 워터 패밀리 내의 각국 IHP 위원회, 유네스코 카테고리 2센터 및 석좌 간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IHP 본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제시된 아·태 지역의 의제들이 IHP-IX 전략계획에 균형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물은 생명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물 안보 인식 증진 교육이 절실하다. IHP-IX 전략계획이 ‘혁신적인 물 관련 교육’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9단계 도입과 동시에 i-WSSM과 같은 물 관련 연구·교육 기관들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i-WSSM는 확대되어갈 앞으로의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 연구, 교육, 네트워크 등 3가지 중점추진목표를 기반으로 전문성과 대표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형태적으로는 국내외 물 분야 최고의 기관들과 협력하여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연구기반의 혁신적 교육을 만들어가고 있다. i-WSSM은 앞으로도 유네스코 워터 패밀리의 일원으로서 물 안보 확보와 이를 통한 인간의 존엄성 보장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김규영 유네스코 물 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