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두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던 역사적인 모습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희망과 기대 섞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분명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또 조심스럽지만,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두려움 없이 평화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그간 추진한 남북 협력 사업 사례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향한 다짐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자 한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4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며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계속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히고, 유네스코는 여기에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남북한 두 정상의 4.27 합의를 환영하는 가운데, 유네스코 역시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 남북한 협력을 거들겠다고 나섰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유네스코 베이징사무소와 협력하여 교과서 인쇄용지 920톤을 비롯해 대한교과서주식회사가 기증한 중고 인쇄기를 부품과 함께 북한에 지원한 바 있다. 한국전쟁 직후 유네스코가 한국에 교과서 인쇄공장을 지어준 사연도 있어, 이 사업은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아울러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환경 분야에서 북한의 멸종 위기 동식물 조사, 외래종 조사 등을 위한 소규모 사업비를 유네스코 베이징 사무소를 통해 지원하기도 했다. 북한 어린이가 참가한 동아시아 어린이 공연예술제도 베이징사무소 주관으로 해마다 열렸다. 이밖에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본부와 협력하여 고구려 고분 벽화 보존, 개성 역사지구 복원 등 북한 문화유산 보존 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남북관계가 급변하면서 남북 교류와 협력에 대한 기대 또한 급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 제재를 고려하여 문화와 체육 분야 교류를 추진한다는 신중한 입장에 있으나, 지자체, 교육청, 연구기관, 단체 등은 여러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스러운 점도 없지는 않다. 남북협력의 비전, 원칙, 기준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나없이 누가 앞서나가나 식의 경쟁에 휩쓸리지 않을까 해서다.
‘인류의 양심’을 자처하는 유네스코는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북한 협력이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하는지 성찰하고 그에 부합하는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마침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SDGs(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와 한반도 평화’라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DGs가 남북협력의 원칙과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올해 라운드테이블을 두 차례 개최할 예정이며, 6월 29일에 그 첫 행사가 열린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될 지속가능한 평화가 한반도에 정착되기까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도 꾸준히 그길을 함께 열어갈 것이다.
임현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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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 북한에도 유네스코북한위원회가 있나요?
북한은 1973년에 프랑스 파리에 주유네스코 대표부를 설치하고, 1974년에 133번째 유네스코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김용일 현 주유네스코 북한 대사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접촉의 북측 실무자로 일했던 인물로, 최근 유네스코 회의 석상에서 우리쪽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유네스코 헌장>에 따라 유네스코북한위원회를 1974년에 설립했습니다. 명칭은 조선유네스코민족위원회입니다. 북한위원회는 외무성 산하에 있으며, 위원장은 외무성 박명국 부상이고 사무총장은 김창민입니다. 유네스코 본부는 2017년에 북한의 교육, 문화, 과학 분야 12개 사업에 약 12만불을 지원했습니다. 북한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 2곳, 인류 무형문화유산 2건, 기록유산 1점, 생물권보전지역 4곳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