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규범 돋보기
예술이 없는 인간의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보면 예술이 인간 감성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민중의 고단한 삶의 정서를 어루만져주고, 시대 변화를 이끈 문화 조류를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기구의 목적과 임무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예술과의 긴밀한 관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창작활동의 중요성을 유네스코 차원에서 규약화하려는 논의를 본격 진행했고, 1980년 제21차 정기총회에서 ‘예술가 지위에 관한 권고’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 권고를 통해 유네스코는 예술가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되새기는 한편, 예술가의 생계와 지위 보호의 필요성과 예술가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고 직업훈련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최초로 문서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네스코는 본 권고를 바탕으로 회원국들이 예술가라 칭할 수 있는 창작의 주체가 경제적, 사회적, 신분적 제약 없이 사명감을 가지고 본연의 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주문하고, 예술가들에게 회원국들이 능동적으로 권리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술이란 결국 예술가가 만드는 것이기에, 유네스코는 예술가들이 독창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사회 전문인력으로서 공공선에 기여하는 창작을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본 권고가 일회성 권고로 그치지 않도록 1997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예술가 지위 대회’를 포함하여 다양한 연구사업과 학술회의 등을 개최하는 한편, 모든 회원국들이 자국 내에서 권고 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처우와 법적 보호에 대한 각국의 상황이 서로 다른 탓에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국제협약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본 권고의 기본정신을 자국의 입법에 적극 반영해오고 있으며 한국도 ‘예술인 복지법’ 등을 통해 국내 입법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혹시 예술 창작이 본인과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모든 아이는 원래부터 예술가이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되새기며 본 권고를 살펴본다면, ‘예술가들을 위한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본 권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동현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