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인도 프로젝트 문해교실 여성 학습자 드라우파디
브릿지 인도 프로젝트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성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과 생활기술교육 등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교육을 통해 인도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를 강화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도 파르세라 칼라(Parsehra Kala) 마을의 주민위원회 여성 대표인 드라우파디(Draupadi) 씨는 브릿지 인도 프로젝트의 열성적인 후원자이자 참여자다. 문해교실 수업을 위해 자기 집 공간을 기꺼이 제공하고, 이후 교육 수강생이 된 드라우파디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내 집을 문해교실(Functional Literacy Centre; FLC)을 위한 장소로 제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어떤 이유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아니타(Anita)라는 한 교사가 찾아와 우리 마을에서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사실 교육 관련 질문을 듣는 것은 큰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 마을의 대표로서, 다른 여성들이 센터에 오기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센터를 우리 집에 세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집에서 문해교실이 열리는데도 처음에는 수업에 등록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요?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저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도 여성들은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수업을 받을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아요. 게다가 남편이 몸이 아파서 제가 돌봐야 하고, 학교를 자퇴하고 돈을 벌기 위해 큰 도시로 떠난 아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겨우 살림을 꾸려가고 있으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이 교육을 받는 것은 오직 꿈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점도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수업에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에서 열리는 문해교실을 관찰할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다 가끔은 게임이나 토론에 참여해 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수업에 참여하면서, 놀랍게도 제가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마을 주민위원회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마치 꼭두각시처럼 내가 가진 권리와 책임을 다 하지 못했어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비문해자였기 때문이죠. 마을 대표로서 제 서명이 필요한 서류가 있어도, 정작 저는 그 내용을 읽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3주쯤 지난 후 수업에 등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교실에서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내가 유일하게 삶의 무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여성들이 교실에 와서 두세 시간씩 수업을 들으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것 같았는데, 수강생들이 점점 기초 문해능력을 키우며 많은 것을 배워가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어요. 우리에게도 힘이 있다는 것,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권리를 깨우칠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전까지 가난한 집안의 여성들은 결혼 지참금을 적게 내도 되는 돈 많은 집안으로 시집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결혼이 여성의 결정권을 제한함으로써 여성을 잔혹한 상황으로 내몰고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변한 모습은 무엇인가요?
집안 일이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수업 시작 전에 일을 다 끝내고 시간에 맞춰 수업에 참여하려 해요. 그리고 매일 사람들을 모아 수업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마을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센터 학습자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한 것은, 남편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고, 가끔은 우리가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남편은 늘 내가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해 하며 물어보는데, 그것만으로도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이루고자 하는 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제 딸에게도 마찬가지로 학교 졸업 때까지 배움을 놓지 않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자신의 모습, 혹은 사회의 모습이 있나요?
저는 어서 비문해자에서 벗어나 주민위원회에서 제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우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또한, 더 많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아서 자신이 가진 사회적 권한을 깨닫고, 삶의 결정권을 제한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습니다.
이소정 YP 브릿지팀
YP(영프로페셔널)는 ODA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 및 기업, NGO 단체 등이 우수 청년인재들의 ODA 사업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파견하는 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