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 8번 –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2015년 유엔은 지구촌 구성원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가지 목표를 담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습니다. 이 중 여덟 번째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에 관한 목표입니다.
1970년 11월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피복공장의 평범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22살의 나이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불꽃으로 산화했습니다. 청년 전태일의 통절한 외침이 울려 퍼진 지 50년. 대한민국은 이제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1번째의 경제 대국이 되었지만,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라는 전 열사의 절규는 아직도 메아리처럼 이 땅을 떠도는 듯 합니다.
아직도 전 세계적 노동 시장의 61%가 넘는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비공식적인 경제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1억 6800만 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이 학교 대신 일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15-24세의 젊은이 중 22%는 제대로 된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지 못한 채 직업도 없는 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상태에서 불안정하고, 위험하며,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삶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지구촌의 GDP가 연평균 3% 이상 성장했음에도 그러한 성장이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각국이 규모만 키우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포용적이며 포괄적인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기 위해 유엔과 국제사회는 ‘양질의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2030년까지 인류가 달성해야 할 8번째 목표로 정했습니다. ‘얼마나’보다는 ‘어떻게’에 방점을 두고 있는 SDG 8번 목표는 ▲국가별로 상황에 맞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추진하며 ▲경제 생산성을 위한 다양화, 혁신 및 업그레이드를 장려하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 기업을 지원하기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소비와 생산의 자원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와 더불어 ▲완전한 고용과 같은 일에 대한 같은 보수를 달성하고 ▲청년 고용, 교육 및 훈련을 촉진하고 ▲현대판 노예, 인신매매 및 아동 노동을 근절하고 ▲노동권 보호와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할 것을 주문하며 ▲유익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을 촉진하고 ▲은행, 보험 및 금융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을 향상시킬 것을 각국에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 특히 최빈국에 대한 ‘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를 확대하고 2020년까지 청년 고용 전략을 개발·실행하는 한편,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일자리협약’ 추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SDG8을 달성하는 데는 우리가 일상에서 표하는 사소한 관심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뉴스나 신문, 다큐멘터리를 보고 댓글로 의견을 공유하는 사소한 참여만으로도 정부와 기업에 이 사회의 많은 눈들이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은 관심과 목소리, 행동이 모여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든든한 안전망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제일 먼저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이웃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3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비대면시대에 늘어난 택배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올해에만 택배노동자 11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과제다”라는 전태일 열사의 말처럼 우리 곁의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SDG8 달성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장자현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