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개발원조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다양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프리카 지역 내 많은 국가는 2, 3차 산업혁명도 경험하지 못한 채 뚜렷한 도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프리카가 절망의 대륙(hopeless continent)이 될 것인지 아니면 희망의 대륙(hopeful continent)이 될 것인지에 대한 오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아프리카의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유효할까? 아프리카 대륙의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상상’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아프리카의 4차 산업혁명은 얼마나 가까이 와있고, 역내 국가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금 이 순간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복잡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 김광호 사무총장과 브릿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주준호 팀장, 백영연, 이영은 전문관이 지난 5월 21~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8년 아프리카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 AfDB) 연차총회’에 다녀왔다.
AfDB는 투자 재원 조달 및 기술지원 제공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 발전을 목적으로 1964년에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로, 한국은 1982년 역외 회원국 자격으로 가입하였다. 이번 연차총회는 역외 회원국인 한국 정부와 AfDB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이니만큼, 한국의 발전 경험과 선진화된 기술을 아프리카 국가와 공유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아프리카의 산업화 촉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차총회는 아프리카 회원국 정상을 포함한 80여개 회원국 대표, 기업, 학계, 언론 관계자 등 다양한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나누고, 진지하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국제적인 ‘배움’의 자리였다.
이번 연차총회와 더불어 개최된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 Korea Africa Economic Cooperation Conference)’ 민관협력포럼에서는 ‘아프리카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다. 이미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뱅킹 시스템이 정착되어있고, 최근에는 드론을 활용한 예방접종 약물 수송이 이루어지는 등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전조가 관찰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반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술이 오남용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 등의 부작용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경고도 있었다. 이는 비단 아프리카 국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data)의 활용과 관련해서,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내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식민지화(digital colonization)’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하였다.
이번 회의에서 부산으로 향할 때 갖고 있던 물음에 대한 해답을 모두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4차 산업혁명이 이미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된 것만으로도 아프리카 대륙을 새롭게 바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서울로 복귀하는 열차 안에서, 기대했던 해답보다 더 많은 물음과 고민을 갖고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앞으로 한위가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며,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도 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성장해가는 한위의 브릿지 사업도 기대해 본다.
백영연 브릿지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