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 70주년의 결정적 숫자들 ➍
2024년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가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한위가 그 어느 국가위원회보다 활발하게 국내외에서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유네스코의 비전을 실현하는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도전, 그리고 기억해 둘 만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1부터 70까지, 그 순간들을 기억해 보는 ‘결정적 숫자’ 기획의 네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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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헌장의 20번째 비준국 탄생과 함께 유네스코 공식 활동 시작
1946년 11월 20일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유네스코 총회 현장(Photo Unesco/Eclair Mondial)
‘인간의 마음 속에 평화의 방벽을 쌓는’ 유네스코의 비전과 목표를 담은 유네스코 헌장이 1945년 11월 16일에 채택된 이후, 유네스코 회원국들은 각국 내에서 본격적인 비준 절차를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1946년 11월 4일, 그리스가 회원국 중 20번째로 유네스코 헌장을 비준하고 이를 런던 외무성에 접수함으로써 마침내 유네스코의 활동 근거를 담은 유네스코 헌장이 공식 발효됐다.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11월 20일부터 12월 10일까지 프랑스 파리 마제스틱 호텔에서 제1차 유네스코 총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투표권을 가진 30개국 대표가 참가했으며, 참가국들은 첫 번째 유네스코 사무총장으로 줄리언 헉슬리(Julian Huxley)를 선출했다. 유네스코 『꾸리에』는 1985년말 발간한 유네스코 창립 40주년 기념호에서 바로 이날을 ‘위대한 이상이 실질적인 현실이 된 날’이라 표현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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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 21세기를 열며 다양한 화두를 던지다
1997년 9월 24-25일에 열린 ‘21세기를 위한 역사교과서에 관한 유네스코 포럼’ 현장
한 세기, 그리고 한 밀레니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던 시기,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관계자들을 모아 다음 세기와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 중 한 예로 ‘문화 간 대화’ 등 유네스코가 주창한 보편적 가치를 아시아 지역에 소개·구현하고자 하는 행사로 ‘21세기 역사교과서 국제포럼’을 들 수 있다. 1997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유네스코독일위원회와 함께 개최한 이 행사는 이후 2007년부터 5년 간 연린 역사화해 전문가 국제포럼으로 이어지며 과거사를 둘러싼 뿌리깊은 갈등의 해결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한편, 2002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국제철학 인문학 협회’(ICPHS) 및 ‘한국철학회’ 등과 공동으로 ‘21세기 인문학의 방향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해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문학의 역할과 그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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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재 한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은 22개
봉산탈춤(문화재청 제공)
유네스코는 물리적 실체가 있는 유적의 형태뿐만 아니라 전통과 기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유산 역시 보전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1997년부터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이라는 명칭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채택됐고, 이 협약에 의거해 ‘대표목록(Representative List)’과 ‘긴급보호목록(Urgent Safeguarding List)’을 골자로 하는 무형유산 등재 제도가 새로 마련됐다. 2008년에 이 두 목록이 공표되면서 기존 프로그램에서 등재된 유산들은 대표목록으로 전환돼 현재까지 꾸준히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공표 전에 세 개의 무형유산을 등재한 바 있으며, 이후 현재까지 총 22개의 무형유산이 대표목록에 올라 있다. 해당 유산은 다음과 같다: 종묘제례 및 종묘 제례악(2001/2008), 판소리(2003/2008), 강릉단오제(2005/2008),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상재,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처용무(이상 2009), 가곡, 대목장, 매사냥(이상 2010),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이상 2011), 아리랑(2012), 김장문화(2013), 농악(2014), 줄다리기(2015), 제주해녀문화(2016), 씨름(2018), 연등회(2020), 한국의 탈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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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제23차 집행이사회, 위기에 빠진 한국 긴급 지원 결의
제23차 집행이사회 개최 소식을 전하는 유네스코 『꾸리에』 1면
1950년 6월 25일, 한국이 유네스코의 회원국이 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및 경제사회이사회는 각 유엔 전문기구에 한국에 대한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당시까지 한국은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의 반대로 유엔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유네스코에는 가입된 상태였고,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를 통한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평화와 안전에 공헌”한다는 유네스코 헌장의 정신에 입각하여 1950년 제23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1951년 제6차 유네스코 총회를 열어 한국의 교육 재건을 위한 긴급원조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한국에서 교육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여러 사업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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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인의 전문가, 문화유산의 보존·연구·관리를 위한 ICOMOS 한국위원회 발족
1999년 4월 19일에 열린 ICOMOS한국위원회 창립식
전 세계의 역사적 기념물과 유적의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 전문가 NGO 조직으로 1965년 창립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 이코모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공식 자문기구로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의 전문적인 평가·연구·보존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 왔다.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이 한국의 첫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세계유산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존·관리 원칙 등이 국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고, 1999년 4월 국내 문화재 분야의 대표적 권위자, 전문가, 기관 등 25명으로 구성된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창립의 산파 역할을 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2004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할 때까지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학술연구와 국제회의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