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해의 날 맞아 진행된 유네스코 문해상 시상식
지난 달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오랜만에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두 개의 유네스코 문해상 시상식 소식을 현장에서 여러분께 전합니다.
문해(literacy)는 지식과 기술을 익히기 위한 필수 요소로,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과 포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달성할 목표로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교육)의 세부목표 6번에 명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유네스코는 초창기부터 꾸준히 문해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고, 1967년부터는 9월 8일을 세계 문해의 날(International Day of Literacy)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올해 문해의 날 기념행사는 오랜만에 유네스코 본부에서 대규모로 열렸습니다. 팬데믹이 심각했던 시기에는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고 작년에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열렸는데요. 이번에는 ‘변화하는 세상을 위한 문해 증진(Promoting literacy for a world in transition)’을 주제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을 통해 앞으로의 문해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습니다.
하루 종일 개최된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유네스코 문해상 시상식이었습니다. 유네스코가 운영하는 두 개의 문해상인 세종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과 공자문해상(UNESCO Confucius Prize for Literacy)의 수상자 6명이 무대에 올랐고, 문해상을 지원하는 한국과 중국의 유네스코대표부 대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수상자 중엔 비자 문제로 파리에 오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참가한 분도 있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세종문해상은 한국이 지원하는 최초의 유네스코 상으로 1989년에 제정되었습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려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 및 기관 3곳을 선정하는데요. 특히 모국어 문해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나랏 말싸미 듕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이 바로 떠오르는, 너무나 잘 기획된 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에는 ▲14개 언어로 제공하는 게임기반 문해교육 프로젝트인 그래포게임(GraphoGame, 핀란드) ▲커뮤니티 기반의 모국어 문해교육을 펼치는 히말라야 문맹퇴치 네트워크(Himalayan Literacy Network, 파키스탄) ▲아프리카 전자도서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스냅플리파이(Snaplify,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수상했습니다.
중국이 지원하는 공자문해상은 2005년부터 수여되고 있는데, 농어촌 성인 및 학교 교육을 받지 않은 여성과 청소년을 위한 문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종문해상과 마찬가지로 3명의 수상자를 선발하는데요. 올해에는 ▲지방 커뮤니티 수해(numeracy) 교육을 하는 프렌즈 프로그램(Friends Programme, 방글라데시), ▲온오프라인 독서교육을 하는 드림 프로젝트(Dominican Republic Education and Mentoring Project, 도미니카공화국) ▲지방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한 우간다 국립 셀프 애드보커시(Uganda National Self-Advocacy Initiative, 우간다)가 수상했습니다. 각 문해상과 수상기관 및 활동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유네스코 홈페이지(unesco.org/en/prizes/literacy)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문해상 시상식은 프랑스 주요 주간지의 기자가 사회를 맡는 등 다른 세션과 구분되도록 신경을 쓴 점이 눈에 띄었고, 무엇보다 수상자들이 직접 발언할 기회가많은 점이 좋았습니다. 수상자들이 단지 상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치 영화제에서 수상한 배우들처럼 멋진 수상소감을 전해 주었는데요. 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수상자들이 전하는 감사의 인사에 저도 다른 청중들과 함께 열심히 박수를 치며 호응했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수상자들은 각자의 사업과 문해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세션에 참석해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문해교육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신 연구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는 수상자도 있었고, 기관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특정한 운영방식을 채택한다든지, 사업비 마련을 위한 현실적인 노력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들이 나와서 흥미로웠습니다.
세종문해상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상금 외에도 한글날 즈음에 한국 방문의 기회도 주어집니다. 이때 한글날 기념행사 참석뿐 아니라 여러 관계 기관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작년 10월에 마스크를 쓰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찾은 수상자들이 방문 예정 시간도 넘겨가며 열정적으로 사업 소개를 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수상자들은 한국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네요. 부디 수상자들이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앞으로도 문해 교육에 기여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홍보강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