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 대 부먹’(탕수육 등을 소스에 찍어 먹는 사람과 부어 먹는 사람)과 ‘민초 대 반민초’(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처럼, 우리는 흔히 서로 다른 두 가지 취향이나 의견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삼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스몰토크’를 넘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다름’의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두며 상대방의 존재를 깎아내리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특히 요즘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벼운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관용이 부족한 사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2017-2022년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17개 덕목을 제시하며 ‘자녀에게 가르칠만한 내용’을 복수로 선택하게 했을 때 ‘관용성과 타인 존중’을 한 번이라도 꼽은 사람이 절반(50.8%)에 그쳐 51개국 평균보다 11.5%포인트 낮았다고 합니다.
유네스코는 관용이 ‘양보나 겸손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존경’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신념과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때로 자신이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에 1996년 유네스코는 유엔 창설일이자 마하트마 간디의 탄생일이기도 한 11월 16일을 ‘세계 관용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이날을 기념하여 2년마다 관용과 비폭력 확산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에 ‘유네스코-마단지트싱 상’(UNESCO-Madanjeet Singh Prize)을 수여하는 등 관용의 정신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16일, 관용의 날을 맞이하여 그간 나를 불편하게 했던 나와 다른 의견을 한번 꼽아보고, 이를 타인의 입장에서 너그러이 이해하고 존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이유정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