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유산도시기구 아태지역 전문가 워크숍
6월 초 폴란드 크라코프 ICE 회의장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세계유산도시기구 아태지역사무처(OWHC-AP)와 공동 주최한 ‘세계유산도시기구 아태지역 전문가 워크숍’이 열렸다. 크라코프에서 6월 2일부터 5일까지 개최된 제15차 세계유산도시기구(OWHC) 총회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이번 워크숍은 6월 2일과 4일, 5일, 총 3일 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유산 및 관광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해 ‘문화유산과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주제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었다.
이번 워크숍의 실질적 목표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가 활용하고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지속가능한 관광 사례연구 공유 플랫폼’(Sustainable Tourism Case Study Platform)을 함께 고안해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각각 ‘혜택의 공유’(Sharing Benefits)와 ‘책임의 공유’(Sharing Responsibilities)라는 내용의 주제 발표가 있었고, 각 주제에 맞는 사례 발표와 그에 따른 논의가 이어졌다.
워크숍 첫날 다루어진 ‘혜택의 공유’ 세션에서는 ‘지역 주민에게 관광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장하는 방법’, ‘도시 전체로 세계유산의 혜택을 확산시키는 방법’이라는 소주제로 발표가 진행되었다. 에일린 올바쉴리 옥스포드 브룩스대 교수는 여타 산업들과 다르게 관광지 지역주민, 관광객, 정책 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망(complex web of relationships)이 그 핵심이 되는 관광산업의 특성을 언급하며, 관광지역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계속 삶을 영위해왔던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바쉴리 교수는 관광과 관련된 사업과 주체들이 새로 유입되며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진정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부처 및 이해관계자들이 정책, 경제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표를 마무리지었다.
워크숍 둘째날, ‘책임의 공유’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전문가들이 ‘문화유산관광의 적정선은 어디인가?’, ‘문화유산관광의 책임에 대한 가시성 증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피터 드브라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선임담당관은 세계유산과 지속가능한 관광 온라인 툴킷(World Heritage Sustainable Tourism Toolkit) 등을 소개하며, 유네스코의 세계유산과 지속가능한 관광 관리 정책을 설명했다. 드브라인 선임담당관은 정책과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정책 관계자, 지역주민, 관광객 등 각 주체가 가져야 할 책임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의 백미는 지속가능한 관광 사례연구 플랫폼을 통해 최종적으로 공유될 사례연구의 기본틀을 마련하는 그룹별 토의와 전체 토의 시간이었다. 30여 명의 전문가들은 학문적 배경과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관광’, ‘역사도시 및 건축’, ‘시민사회’, ‘국가·지방정부 및 국제기구’ 등 6개의 소주제 그룹으로 나뉘어 토론에 참여했다. 워크숍 대표 보고관 역할을 맡은 수잔 파야드 호주 발라랏(Ballarat) 시 유산문화경관 조정관이 조별로 도출해낸 결과를 취합해서 정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례연구 구조의 초안을 작성했다. 이 초안을 바탕으로 보다 심화된 논의를 진행하고, 마지막 날에는 중간 결과물을 최종 검토하며 그 방향성과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이번 워크숍 결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지속가능한 관광 사례연구 플랫폼에서는 유산관리자들(site managers)과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관광 정책 이행을 위해 노력했던 실제 사례가 공유된다. 이를 통해 유산관리자들의 노력을 드러내고, 유산관리자들이 다른 사례를 참고하여 정책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워크숍에서 논의한 지속가능한 관광 사례 연구의 주요 지표로는 ▲ 지역민의 참여를 증진할 것 ▲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혜택을 보장할 것 ▲ 교육적 효과와 가시성 증진이 포함되어 있을 것 등이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2018년 현재 14억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2030년에는 18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과잉관광’(overtourism)의 시대에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만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유산 관광이 무엇인지, 과연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었던 3일의 시간이었다.
이보연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