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 년의 계획을 설레는 마음으로 만들어 갈 12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그램이 올해 르완다와 말라위에서 일궈낸 작지만 의미 있는 사업 성과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그램을 연극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면, 이 연극의 배우는 누구일까요? 현지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품고 공부는 학생들이 단연 ‘주연 배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현지에서 사업을 담당하는 유네스코국가위원회 직원과 프로젝트매니저, 서울에서 열심히 사업을 관리하는 한국위원회 직원들이 ‘조연’으로 가세합니다. 무엇보다 후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우리 사업에 동참하고 계신 대한민국의 세계시민 여러분도 이 연극의 주요 배역을 맡고 계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연극의 무대는 어디일까요? 당연히 주무대는 모든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때로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협의하기도 하는 ‘지역학습센터’(Community Learning Centre, CLC)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는 교육 사업이라는 연극을 펼칠만한 무대가 턱없이 부족하기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때로는 새 무대를 짓고, 때로는 낡은 무대를 개보수해 가면서 사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한 무대들 중에서도 지난 10월에 공식 개장한 르완다의 CLC가 바로 오늘 여러분께 전해드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CLC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르완다에 제대로 된 CLC를 짓기 위해 2016년 홍익대학교 건축대학과 협력하여 기본 설계도면을 마련했고, 수 차례 현장 부지 답사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부게세라(Bugesera)라는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CLC를 건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부게세라 지방정부와 약 1년에 걸쳐 실무 협의를 마치고 2017년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작년에 CLC 건축의 첫 삽을 뜰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르완다에서 여러 사람이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 CLC의 건립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올 10월에 마침내 우루무리(Urumuri) CLC라는 이름으로 공식 개소를 알렸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크고 멋진 모습의 우루무리 CLC에서는 앞으로 유아교육과 문해교육, 재봉기술 교육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루무리는 르완다어로 ‘빛’을 뜻합니다. 그 이름처럼 우루무리 CLC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을 주민분들께 한 줄기 작은 빛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나아가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그램이라는 연극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멋진 무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르완다 부게세라에서 전해온 새 무대 건립 소식 외에, 말라위에서 전해온 ‘보조 무대’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로 현대그린푸드의 후원으로 추진된 말라위 뭬라 CLC 내 급식소 건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CLC에서의 교육활동이 실제 마을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해 왔습니다. 그 결과 교육활동의 내용과 질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역시 매우 중요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을 때 교육의 효과도 온전히 달성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유네스코 말라위위원회와 공유하고, 2016년부터 말라위의 3개 브릿지 CLC 중 뭬라 CLC에 급식소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공감해 준 현대그린푸드의 후원으로 지난 10월 2일에 뭬라 급식소가 공식 개소했습니다. 뭬라 급식소 역시 완공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한국위원회와 말라위 내 협력 기관인 유네스코말라위위원회 모두 건축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가별로 건축 관련 규정이나 관행이 너무나 다른 것도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마련된 멋진 ‘무대’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는 완공된 건물보다도 그 건물이 활용될 모습을 상상하면서 더욱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근사한 ‘무대’만 갖춰져 있다고 해서 그 무대 위에서 훌륭한 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제 이 무대 위에서 펼쳐질 멋진 이야기를 상상해 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역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함께 더 멋진 ‘연극’을 만들어 갈 주인공이 되어 주시기를 희망하며, 올 한 해 동안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그램’의 결실을 함께 만들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백영연 브릿지팀 전문관
국내 종합식품산업의 대표적인 선도 기업인 현대그린푸드(대표이사 박홍진)는 지난 2014년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그램’을 후원해 왔으며, 양질의 급식을 통해 아프리카 영유아의 성장 및 발달에 기여하고자 레소토와 말라위 2개국에 ‘희망의 급식소’ 건립과 급식 활동을 지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