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브릿지 2단계 사업에 거는 기대
내년부터 5년간 추진 예정인 ‘브릿지 2단계 사업’의 대상 국가들인 동티모르, 라오스, 부탄의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사무총장들이 11월 4일부터 5일간 열린 ‘2019 브릿지 프로그램 역량강화 워크숍’ 참여 차 방한했다. 이 자리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해당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한 부탄, 라오스, 동티모르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사무총장들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김광호 사무총장을 만나보았다.
조금 전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와 브릿지 2단계 사업(5개년 사업; 2020-2024년) MOU를 체결했습니다. 브릿지 2단계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떤 기대를 갖고 계신지요.
솜보운 마소우반 유네스코라오스위원회 사무총장(이하 마소우반) 브릿지 프로젝트는 저개발국가로서 교육개발을 위한 자원과 역량이 충분치 않은 라오스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위와는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 개발협력 파트너로서 협업해 왔는데, 이번 브릿지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협력을 기대합니다.
프란시스코 바레토 유네스코동티모르위원회 사무총장(이하 바레토) 동티모르에는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으며 성인 비문해율도 높은 편인데,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모두를 위한 교육,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카르마 예셰이 유네스코부탄위원회 사무총장(이하 예셰이) 부탄은 2015년부터 이미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학습센터(Community Learning Center, CLC) 건립 등의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브릿지 2단계 사업에도 계속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감사히 생각합니다. 부탄의 성인문해율은 아직 70%에 그치고 있으며, 2030 아젠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멉니다. 앞으로 CLC에서 제공하는 성인문해교육, 직업교육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랍니다.
각국이 브릿지 2단계 사업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분야와, 예상되는 도전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바레토 CLC 인프라를 개선하고 노년층을 포함하는 성인문해교육에 힘쓸 예정입니다. 동티모르에는 9년의 의무교육을 중간에 그만 두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학업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학력인증 프로그램 운영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교사 실무역량강화 및 교사연수 프로그램 운영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소우반 라오스도 마찬가지로 CLC에서 성인문해교육, 학력인증제와 같은 비형식교육에 중점을 두어 추진할 계획입니다. 도전과제로는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문제, 역량있는 CLC 운영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이 있겠고, 학점은행제 등 공식 학력인증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아직 없는 만큼, 학력인증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셰이 지역사회의 학습자 수요에 맞추어, CLC를 중심으로 한 성인문해교육과 직업훈련교육에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ICT기반교육 관련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통계 및 교육 효과성 분석에 활용할 계획도 있으며, CLC 확충 및 시설 보완, CLC 관리자 양성, 교수학습자료 보급 등도 함께 기획하고 있습니다.
부탄과 라오스, 동티모르는 교육의 보편적인 목적 외에도 각국의 역사문화적 배경과 관련하여 세부적인 목표의 차이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각 나라만의 교육 목표의 특수성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예셰이 부탄 국민들은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의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국가 정책차원에서도 부탄의 고유한 가치와 지식 – 공동체, 문화, 관계, 영성, 심리적 안녕, 환경과의 조화 등 – 을 발전과 통합하는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지역사회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국제적인 시야를 가진, 역량과 인성을 고루 갖춘 전인적인 사람이 부탄의 교육이 지향하는 인간상이라 하겠습니다.
마소우반 기본적으로 좋은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일 것입니다. 기술이나 지식의 습득도 중요하지만, 라오스에서는 한 사람의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만큼 인성교육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교육의 출발점은 훌륭한 교사이므로, 교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라오스에서는 교사 양성과 역량강화가 중요한 당면과제입니다.
바레토 동티모르는 정부 시책에 따라 유럽식 커리큘럼을 활용하지만, 동티모르의 문화적 특수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재를 비롯한 각종 출판물이 공용어인 포르투갈어로 되어 있고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교사든 학생이든 동티모르 고유의 언어인 테툼어에 더 익숙한 현실이라 학교 교육 현장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끝으로 이번에 3개국과 MOU를 체결한 한위의 김광호 사무총장께서 2020년 브릿지 사업 2단계의 시작을 앞두고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2010년부터 브릿지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어렵던 시절 다른 나라의 지원을 통해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과 협력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번 브릿지 2단계 사업을 통해 각국이 실질적인 교육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라며,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앞으로 각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다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