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괴정고에서 펼친 Dream 드림 캠페인
여러분은 매달 배송되는 『유네스코뉴스』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설마 한 번 뜯어보지도 않고 책이 버려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여기 대전괴정고등학교 학생의 이야기처럼, 라면 냄비 받침으로라도 꼭 써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과 우리의 그런 우연한 만남이, 유네스코와의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어머니가 글을 읽으면 어린 자녀가 생존할 확률은 2배 더 높아집니다.’
어느날 라면 냄비 받침으로 쓰기 위해 집어든 『유네스코뉴스』에서 이 문구가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아니면 운명이었을까요. 차마 표지에 라면 국물을 묻힐 수 없어 속지를 뒤지던 제게 ‘꽂힌’ 이 문구는 ‘어머니의 문해와 자녀의 생존률이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저와 ‘유네스코 Dream 드림 캠페인’과의 첫 만남이 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유네스코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촌의 여러 아이들에게 교육이 곧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탐구해 본 계기는 저 문장을 접하고부터였습니다. 이후 건강 문해(health literacy)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그램과 Dream 드림 캠페인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척 평범한 학생입니다. 학생회나 학급 임원도 아닌 보통 학생입니다. 게다가 3학년이 되면서 동아리도 바뀌어 현재는 유네스코 동아리 부원도 아닙니다. 그러나 문해교육 자료를 조사하면서 점심으로 옥수수 한 컵, 혹은 80원 정도면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게 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에게는 적은 돈이 어떤 사람에게는 어쩌면 인생을 바꿀 기회를 줄 수도 있겠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내가 직접 뭐라도 한번 시작해보자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끊임없이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학교나 동아리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닌, 보통 학생이 캠페인을 계획해서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괜히 나서는 것은 아닐까?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호응은 해 줄까? 며칠을 고민한 끝에 먼저 가까운 친구들에게 조심스럽게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친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저는 여기에 용기를 얻어 추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떨리는 마음으로 반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물었고, 많은 친구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첫걸음을 떼긴 했지만 정작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저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다른 학교들의 활동을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서 전교 단위의 큰 규모로 바자회나 산행을 하는 학교의 사례를 보고는 ‘과연 내가 캠페인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작은 캠페인이라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어린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와 주변 상가를 연계한 알뜰 바자회와 의식개선 캠페인 등을 생각하고 역할분담표, 매매 희망 물품표, 바자회 매뉴얼, 문해교육 관련 동영상 검색, 퀴즈 대회 등을 계획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러한 대면 활동이 어려워졌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비대면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의식개선 캠페인을 기획해 보았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캠페인 가이드북을 출력하고, 교사 지도안, 캠페인 결과 보고서, 활용 자료 등을 읽어보며 알맞은 동영상을 검색했습니다. 유네스코 문해교육의 역사, 문해의 날, 아시아 아프리카 각 국가별 사업 현황, 문해교육 관련 영화 소개, 교육통계 등 친구들과 함께 보기에 적합한 내용의 관련 동영상을 10편 이상 찾고, 보는 사람이 쉽게 링크해서 시청할 수 있도록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그 양식을 SNS를 통해 친구들과 공유하고 각자 시청 후 키워드를 통한 느낀 점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자발적인 종이 저금통 기부활동도 함께 했습니다.
저는 문해교육이 단순히 글을 아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특히 어린이나 여성이 글을 배우지 못할 경우 낮은 임금의 노동 현장에 투입되거나 어린 나이에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하여 교육을 받을 기회에서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강제 조혼한 어린 어머니가 낳은 자녀들도 글을 깨우치지 못하게 되어 비문해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교육밖에 없습니다. 교육을 바탕으로 더 나은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 살 만한 가정을 만들어 자녀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처음 캠페인을 시작할 때, 저는 많이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캠페인이었지만 선생님의 응원과 반 친구들의 호응 속에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캠페인을 마치고 나니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참 마음을 충만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평범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저와 같은 보통 사람의 작은 정성이 더 많이 모여 비문해와 가난의 악순환이 문해와 풍요의 선순환으로 바뀐다면, 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추진원 대전괴정고등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