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 아프리카 세계시민교육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및 훈련 활동을 증진하고 다양한 한국형 ESD 실천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매년 유네스코 ESD한국위원회 위원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ESD 공식프로젝트’로 선정된 모범적인 프로그램들을 지면으로 소개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 하면 가난과 빈곤, 질병과 분쟁 등 주로 어렵고 낙후되어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하나의 이미지로 묶기에는 아프리카는 너무나 다양하고 거대한 대륙입니다. 아프리카인사이트의 ‘우분투 아프리카 세계시민교육’은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아프리카를 이해하고, 상호 존중하고 협력 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도록 돕는 교육 프로젝트입니다.
“아프리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요?” ‘우분투 아프리카 세계시민교육’은 항상 이 질문과 함께 수업을 시작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은 어떠한가요?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이미지가 그려지겠지만, 지난 10년 간 여러 기관과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업에서 제일 많이 등장한 단어는 가난, 빈곤, 질병, 분쟁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형성되게 된 것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실제로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 직간접적인 교류와 배움의 기회가 적은 점, 미디어에서 전달하는 정보가 제한적인 점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 지역 전체를 일반화하여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게 되며, 때로는 무시와 무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하지만 일반 시민이나 교사를 대상으로도 이루어지는 우분투 아프리카 세계시민교육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아프리카를 바로 알고, 또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며 살아가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기 주도형·참여형 학습이라는 점입니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퀴즈와 토론, 그룹별 논의와 발표 등으로 채워진 수업을 통해 학습자들이 보다 주도적이고 효과적으로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실제 아프리카 국적을 가진 교사의 참여입니다.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한 다양한 아프리카 출신 교사들이 공동 강사로 참여해 수업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은 이 흔치 않은 상호작용 기회를 통해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들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참여 교사들 역시 역량을 개발하고 자신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나라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지난 10년간 수백 회가 넘는 수업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좋은 기억으로 남은 아프리카 생활 경험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친구들의 몰이해와 의도치 않은 비하적 표현으로 곤혹스러움을 느꼈었다는 한 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열린 이해와 긍정적 인식이 심어지면서 고민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고, 교과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수업에 참여했던 한 아프리카 국적 강사도 ”가끔 아프리카 국적이나 피부색 때문에 한국에서 (비)언어적 차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수업 기회를 통해 자신의 나라를 직접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자랑스러웠다”며 앞으로 이런 교육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아프리카인사이트가 우분투 아프리카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며 발견한 것은, 단 한번의 수업으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과 고정관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55개 국가로 이루어진 광활한 대륙인 아프리카 전체를 속속들이 알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가장 기본적인 오해를 풀고 특정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바람직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됩니다. 나아가 세계시민의식과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운명 공동체이자 이웃이라는 것을 깨닫고, 상호 존중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더 어린 시기에 이루어질수록 향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강의를 마칠 때면 항상 아프리카의 ‘우분투’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래된 말로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분투’와 같은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