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르던 날
예가체프 커피와 인류 최초의 조상 ‘루시’로 유명한 먼 이국땅 에티오피아. 그 곳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제11차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일, 5일간 열린 이 회의에는 24개 위원국 및 171개 협약 당사국 대표단, 자문기구 및 NGO 대표 등 650여 명이 참가해 협약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종목들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이 가장 고대하던 시간은 아무래도 제주해녀문화의 등재 순간이었다. 제주해녀문화는 제11차 정부간위원회 개최 약 한 달여 전 무형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전문가 심사기구로부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바 있어, 등재가 사실상 확실시된 상황이었지만 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문을 채택해야 비로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 받는 것이므로 마지막까지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혼재되어 있었다.
당초 11월 30일(현지 시각) 오전 중 등재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앞선 논의들이 길어지면서 오후 세션이 끝날 때까지 제주해녀문화의 등재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원희룡 도지사, 강애심 법환어촌계장(해녀 대표) 등 여덟 명의 축하인단이 이미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을 유네스코 사무국 측에 어필한 결과, 같은 날 저녁 세션의 첫 번째 순서로 한국의 제주해녀문화를 다루기로 정해졌다.
현지 시각 6시경, 회의 시간이 부족해 연장 개최되는 저녁 세션이 시작되었고, 회의장 내 세 개의 스크린에는 첫 번째로 다루어질 종목인 제주해녀문화 관련 설명과 사진이 띄워졌다. 테왁을 들고 바다로 향하는 해녀들의 씩씩한 뒷모습, 둥그렇게 모여앉아 모닥불에 손을 쬐는 따뜻한 모습들이 지나가는 동안, 심사기구의 에빈 포크(Eivind Falk) 부대표는 제주해녀문화를 간략히 소개하고, 다섯 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대표목록 등재기준을 제주해녀문화가 어떻게 잘 충족시켰는지 설명하였다. 해녀문화가 지역의 문화 정체성과 활력의 중요한 요소이며, 문화다양성과 인간 창의성 증진에 기여하고, 공동체와 전문가 집단의 참여로 보호조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이 등재기준을 완벽히 충족시키며 등재 권고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이었다.
등재 권고를 받은 종목은 통상 별도의 토론 없이 곧바로 결정문 채택 순서를 밟는다. 제주해녀문화 또한 위원국으로부터 별다른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결정문 채택 순서로 이어졌다. 결정문이 채택되고, 개최국인 에티오피아 출신의 요나스 데스타 쩨가예(Yonas Desta Tsegaye) 의장이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선언하는 순간, 해녀 복장을 하고 회의장에 들어와 저녁 세션 시작 전 이미 외국인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등 인기몰이를 했던 강애심 법환어촌계장과 한국대표단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했던 근 십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한국 대표단 모두의 얼굴이 자부심과 환희로 활짝 피어났다. 다른 나라 대표단들도 한국 대표단 자리로 와 속속 축하인사를 전했다. 제주해녀문화가 세계인의 가슴 속에 인류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등재가 결정된 직후에는 원희룡 제주특별도지사의 발언이 있었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해녀문화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 바다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임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주해녀문화를 잘 지켜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송지은 문화커뮤니케이션팀
“교육과 무형문화유산의 결합, 그것이 바로 교육과 문화가 서로 윈윈하는 길”
이번 제11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정부간위원회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계승·발전시키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조티 오사그라하(Jyoti Hosagrahar) 유네스코 창의국장의 발언이었다. 조티 국장은 무형문화유산 보호 방안을 논의하는 한 세션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무형문화유산과 교육의 연계’를 강조했다.
“교육과 무형문화유산을 결합시키는 것은 교육과 문화 분야, 양쪽에 유익한 일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속가능발전목표4(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교육 기회의 증진)를 달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형식 및 비형식 교육을 통해서 무형문화유산이 널리 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회의에서 주요 논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유네스코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무형문화유산 학습’ 프로젝트(UNESCO project on learning with intangible heritage for a sustainable future).
프로젝트 발표자들은 학교 교육에 무형문화유산을 결합함으로써 어떻게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학생과 교사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켰는지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뜨거운 논의 끝에 이 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은 조티 국장의 첫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었다.
“핵심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교육이 무형문화유산의 전수를 위한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면, 무형문화유산은 (구체적인 교육) 콘텐츠와 교육 방법을 제공해 주고, 교육의 질과 목적성을 강화시켜 줍니다. 이것이 바로 교육과 문화 분야의 협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