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문화재 환수 전문가 국제회의]
한국 주도로 시작한 회의, 문화재 환수 분야의 세계적 논의의 장으로 자리 잡아
향후 4년간 중국(2014), 터키(2015), 한국(2016), 그리스(2017)에서 회의 개최키로
10월 23일-26일 그리스 아테네와 고대 올림피아는 전 세계에서 모인 150여명의 문화재 환수 분야 전문가들의 논의로 열기를 더했다. 그리스와 영국 간 뜨거운 감자인 파르테논 엘긴 마블 반환 문제를 필두로, 전 세계에서 자행되는 문화재 약탈과 불법거래의 현주소, 그리고 그러한 문화재들의 환수를 위한 생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끝없는 논쟁: 파르테논 엘긴 마블의 귀환
회의는 주최국 그리스의 최고 관심사인 파르테논 엘긴 마블로 시작되었다. 1789년 그리스의 터키 지배 당시 영국 대사였던 얼 엘긴 7세(토마스 브루스)는 파르테논 신전의 퍼케이드, 프리즈 등을 반출하였고, 이를 1816년 대영박물관에 판매한 바 있다.
파르테논 마블 반환 영국위원회 에디 오하라 의장은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협상에서 유물 구입 당시 그리스가 독립국가로서 존재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법적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대영박물관은 세계적 박물관으로서 해당 유산도 박물관 역사의 일부분임을 강조하였다.
이에 헬레나 코르카 파르테논 마블 환수 그리스 자문위원회 대표는 바티칸, 이탈리아는 이미 파르테논 마블을 반환 또는 영구 대여하였음을 소개하고, 세계유산이기도 한 파르테논 신전의 완전성을 위해서라도 대영박물관의 엘긴 마블이 반드시 환수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법과 당위성의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최근 그리스가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중재를 공식 요청하여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음이 알려졌다. 이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회의장을 가득 메운 일반 청중의 모습은 파르테논 엘긴 마블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협력의 다각화: 국제법을 넘어
일찍이 유네스코는 1954년 무력충돌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헤이그 협약)을 시작으로 1970년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이하 ‘1970년 유네스코 협약’), 1995년 도난 및 불법 반출 문화재에 관한 유니드로와 협약(이하 ‘1995년 유니드로와 협약’)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제규범 제정을 통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그리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최근 1970년 유네스코 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법적 조처를 취하고 있는 국가의 사례는 물론, 사이프러스, 터키, 페루, 중국, 한국 등 최신 문화재 환수 사례도 소개되었다. 이 가운데 국가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문화재 환수 협력의 성과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1970년 협약의 이행조건으로 MOU를 10개국 이상과 맺고 있는 미국은 그에 의거 현재까지 약 2,600여점의 문화재를 원소유국으로 반환하였음을 설명하였다. 또한 스위스는 국제적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Ebay)와의 MOU를 소개하며,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재 불법 거래의 통로를 제어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였다. 그간 무수히 지적되어 온 국제적 경매소의 불법 반출 문화재 거래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점차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위기의 문화재: 이라크, 이집트,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시리아
회의는 과거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 환수 문제 논의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시리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화재 파괴와 약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특히 이라크,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등 최근 내전을 겪은 국가들은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문화재 파괴와 약탈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웃국가를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의 적극적 지원의 필요성에 더욱 힘을 실었다. 특히 2003년 전쟁 시 박물관과 도서관에 대한 대규모 약탈이 자행된 이라크는 유엔 결의안 채택을 통해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들의 적극적 대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약 10만점에 달하는 문화재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집트와 아프가니스탄 역시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가 내전 중 도난당했으며, 그 환수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강조하였다.
강력해져가는 연대: ‘고대 올림피아권고문’ 채택
이번 회의는 2011년과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의 연속선상에서 개최되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문화재청, 외교부가 공동으로 시작한 회의가 국제적 지지와 관심을 바탕으로 지속성을 담보하게 된 것이다. 이번 그리스회의에 18개국 150여명이 참석함으로써 이 회의가 문화재 환수를 위한 국제협력의 핵심적인 논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회의 말미에는 회의의 주요 논의를 담은 ‘고대 올림피아 권고문(Old Olympia Recommendation)’이 채택되어 문화재 환수에 관한 각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국제협력의 새로운 체제를 마련하는 데 노력키로 합의하였다.
또한 한국, 그리스, 중국, 터키 등 4개국 간 문화재 환수 협력을 위한 MOU가 체결되면서, 향후 4년간 중국(2014년), 터키(2015년), 한국(2016년), 그리스(2017년) 순서로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등, 회의에 대한 여타 참가국의 관심이 경쟁적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회의가 문화재 환수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또 어떤 기회와 국면을 제시할지 내년 9월 북경이 기다려진다.
문화커뮤니케이션팀 김지현 jhkim@unes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