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바 사무총장 “사무국 개혁 및 Post-2015 개발의제 참여, 지속 추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의제로 이사회 및 대외관계 위원회서 찬반 격돌
지난 4월 7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94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재정난에 처한 사무국의 구조 조정 및 비용절감 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Post-2015 개발의제’ 수립 과정에서 유네스코의 주요 사업 주제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회원국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는 ‘사업·예산 이행 및 결과 보고,’ ‘유네스코의 Post-2015 개발의제 수립 참여 방안’ 등이 논의된 이번 집행이사회에 민동석 사무총장을 비롯한 직원 2인이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해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쳤다. |
구조조정과 관련, 보코바 사무총장은 앞으로 4개월 내에 사무국의 147개의 직위를 추가로 폐지할 예정이며 사무국 및 지역사무소 직원들의 재배치도 계속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미국 및 이스라엘의 분담금 납부 중단으로 시작된 재정난으로 인해 작년 11월 열린 제37차 총회에서 5억 700만 달러로 삭감된 예산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과의 협력을 통한 비정규 예산과 긴급기금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사무국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대다수의 이사국들은 이러한 사무국의 비용절감 노력을 치하했다. 다만 우리나라와, 일본,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인력 구조조정시 인재 유출을 최소화하여 유네스코의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t-2015 개발의제 수립과 관련, 보코바 사무총장은 ‘균형적, 포괄적 교육의제 수립’, ‘물 이슈 단독 의제 반영’, ‘문화 분야에서 사회통합, 빈곤퇴치, 지속가능발전의 동력으로서 문화의 역할 반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촉구했다.
이사국들도 보코바 사무총장의 의견을 지지하며, 특히 Post-2015 개발의제 수립시 교육이 단독의제로서 우선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오스트리아 등은 새로운 교육 프레임워크에 ‘글로벌 시민의식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국들은 여성·여아 교육(스웨덴, 프랑스, 인도, 튀니지 등), 직업교육(독일, 토고 등), 교육에서의 ICT(정보통신기술) 활용(우리나라, 네팔, 모로코, 잠비아, 차드 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과학 분야와 관련해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은 인간과 생물권사업(MAB), 국제해양학위원회(IOC), 국제수문학위원회(IHP)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물다양성 보호, 지속가능한 해양 및 수자원 관리 분야에서 유네스코가 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문화 분야와 관련해 우리나라, 프랑스, 이탈리아, 모로코를 비롯한 대다수 이사국들은 지속가능발전의 동인으로서의 문화의 역할을 강조하고, 문화가 Post-2015 개발의제에 포함될 수 있도록 사무국이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했다.
정보통신 분야와 관련해 미국, 스웨덴, 유럽연합 등은 언론인의 안전 및 표현의 자유 보호를 위한 유네스코의 리더십을 강조하였으며,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등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윤리 확립에 있어 유네스코가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내 표현의 자유 등 후속조치 요구
최근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 상황은 이번 집행이사회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바로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32번 의제 ‘크림자치공화국(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유네스코의 후속조치’의 채택 여부 결정 및 이후 논의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및 다수의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및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 격한 대립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해당 의제는 현 상황으로 인한 크림반도에서의 표현의 자유, 소수민족인 타타르(tatar)족의 모국어 교육, 문화재 보호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유네스코의 개입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 의제로 인해 7일 오전 개회시 본격적인 본회의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통상 별 문제없이 진행 돼왔던 의제 채택 과정이 반나절이 넘게 걸리는 한편, 9일 사업 및 대외관계(Programme and External Relations) 위원회도 뜨거운 논쟁의 장이 됐다.
의제 채택 과정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감정적인 근거에 기반해 정치적으로 국제적인 의견을 조작하려 한다며 채택에 반대했다. 쿠바는 해당 의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차기 집행이사회로 미룰 것을 제안했으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이 이를 지지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본 회의에서 국제적인 영토분쟁 문제가 아니라 현 크림반도에서 일어나는 유네스코 전문분야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토론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의제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영국, 독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를 지지했다. 두 입장의 팽팽한 대치로 회의 진행이 장시간 지연되자, 법무자문관의 권고에 따라 집행이사회 의장 모하메드 암르 대사(이집트)는 의제논의 연기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호명 형식으로 진행된 이 투표에서 총 53개 표 중 ‘찬성 11표, 반대 32표, 기권 10표’로 해당 의제 논의가 확정됐다. 의제 논의 연기에 찬성한 국가는 러시아 및 쿠바,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등 남미 국가들과 기니, 앙골라,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 및 중국과 인도였다. 이후 의제는 비로소 정식으로 채택됐다.
고영아 유네스코정책팀
우크라이나 사태란?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동쪽, 즉 흑해 윗부분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역으로 현재 이 곳 세바스토폴이라고 하는 항구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양자협약에 따라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해왔다. 크림반도 인구의 대부분은 러시아계이며 소수의 우크라이나계와 터키계 무슬림인 타타르족이라는 고유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1900년대 초반 잠시 동안 독립국이었던 때를 제외하면 크림반도는 대부분 러시아의 소속이었다. 그러다 1954년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던 니키타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크림반도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로 옮겨버린 바 있다. 이 때문에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에도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소속이 됐다. 또 다시 크림반도의 소유권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작년 11월인데,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계 대통령인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 협상을 그만두면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브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2월 시위 때문에 달아난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3월에는 크림반도 주민 투표의 결과로 해당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정식 국민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고는 하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은 90년대의 냉전을 연상시킬 만큼 미국과 서유럽을 주로 하는 서방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군사적, 경제적 이유로 크림반도 소유권에 집착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바로 세바스토폴이 러시아가 서유럽으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크림반도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에 막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지역이다. 지리상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의 80퍼센트 정도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 문제가 생길 경우 러시아로서는 막대한 경제적인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서방국가들이 현재로서는 경제제재 이외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으므로, 앞으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볼모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서방은 비난전을 이어가면서 외교적 해법을 찾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