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랴비닌 정부간해양학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막을 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 직후 블라디미르 랴비닌(Vladimir Ryabinin)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 사무총장의 인터뷰를 홈페이지에 실었다. 랴비닌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들이 바다에서도 충분히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곧 다가올 환경적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던졌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바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다야말로 기후변화의 조정자(regulator)이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인간 활동으로 자연 상태에서보다 초과로 배출된 열의 90% 이상과 대기 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28%를 흡수했습니다. 이렇게 흡수한 열과 이산화탄소 때문에 현재 바다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산성화되었고 해양 생태계도 취약해졌으며, 기후변화의 조정자 역할에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과정에서 바다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시행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바다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많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부분이 정부간해양학위원회(Intergovernmental Oceanographic Commission, IOC)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연안에서부터 공해(公海)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바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IOC는 각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IOC의 글로벌 해양 관측 시스템은 지난 2015년 무렵 기후온난화가 잠시 주춤했던 이유가 바다의 심해층이 더 많은 열을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협약에서 목표치로 삼은 탄소배출 감축량도 바다가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IOC가 전 세계 주요 탄소배출 관련 전문가들과의 회의 결과 도출한 결론에 따르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향후 점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류가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것보다 더 높은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계속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관련 협상에서 바다를 대변하고 있는 주체는 어디인지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태평양 소도서개발국들과 IOC 등의 관계 기관을 포함한 해양 커뮤니티가 해양 관련 이슈를 기후변화협약의 공식 의제로 채택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당시 해양 커뮤니티는 ‘글로벌 해양 포럼’과 ‘해양 및 기후 플랫폼’ 등의 캠페인을 개최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해양과 관련한 내용은 협약 서문에 제한적으로 반영되는 데 그쳤습니다. 다행히 2018년 10월에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패널(IPCC)이 「변화하는 기후에서 해양 및 빙권에 관한 특별보고서」(Special Report on the Ocean and Cryosphere in a Changing Climate)를 발표한 이후, 각국은 이번 COP25에서 바다를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었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하부 과학기술자문그룹(SBSTA)도 공식 연구 의제로 해양과학 이슈를 포함시킴으로써, 저희는 앞으로 더 상세한 예측치와 연구 결과를 마련해 SBSTA와 협의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바다의 미래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IOC는 해양 연구 및 관찰을 계속해 산성화 및 탄소 흡수량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며,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계획된 ‘유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해양과학 10년’을 통해 바다 관련 이슈를 다룰 프레임워크를 만들 예정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쓰디쓴 현실을 마주할 용기도 가져야 합니다. 바다의 산성화와 수온 상승은 해양 생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섭씨 1.5도의 기온 상승에도 난류 지역 산호들은 절멸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기후변화 대응책으로는 지구온난화를 섭씨 2도는커녕 3-4도 수준으로 막는 것도 힘겨워 보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피할 수 없는 환경 충격에도 대비를 해야만 합니다.
번역 및 정리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