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결산
올해 첫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5월 10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렸다. 한국을 포함한 58개 이사국은 2024-2025년도 유네스코 사업 및 예산안을 비롯해 다양한 의제를 논의해 통과시켰으며, 이들 의제 중 일부는 전체 회원국이 참가하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확정된다.
2024-2025 예산안과 규범 제정 등 논의
이번 집행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2024-2025 사업 및 예산(42C/5)’ 논의였다. 올 가을에 열릴 총회에서 최종 채택하는 사업 및 예산안에 대해 이사국들은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소폭 증가된 예산안(base case)과 전년 대비 동결된 예산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최근 사무국의 예산 집행사유가 많이 늘어난 상황을 감안해 여러 서방국가가 ‘base case’를 지지했지만, 일본과 스웨덴 등은 자국의 경제 상황이나 미국의 유네스코 재가입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다음 집행이사회에서 재논의하는 것을 제안했고 최종적으로는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유네스코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규범 제정 관련 안건도 다루었다. 이사국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신경기술에 대한 국제 규범이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 유네스코가 신경기술 윤리 권고를 2025년에 열릴 제43차 총회에서 제정할 것을 결정했다. 또한 2025년을 ‘세계 양자과학의 해’로 선포하고, 유엔 총회에 상정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나라도 이 의제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제안한 기념해 중 2024-2025년 사이의 기념해 46건도 제42차 총회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에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탄생 300주년(독일),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체코) 등이 포함되었다.
유네스코 조직의 일부인 카테고리1센터 설립 의제도 논의되었다. 중국이 상하이에 과학기술수학교육 센터를 설립하자고 제안했고, 이사회 구성에 대해 긴 논의 끝에 이사국들은 이를 채택해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또한 집행이사회에서는 언론인 안전 문제,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 도출 준비 작업, 유네스코학교네트워크 70주년 기념 등 다양한 의제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또한 아프리카 우선, 소도서개도국(SIDS) 전략 이행 등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의 국제규범 위반 규탄, 불평등 감소와 다양성 존중, 다자주의, 인종차별 금지,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 안전 촉구 등에 뜻을 같이했으며, 이번에 결정되지 못한 사안은 올 하반기에 열릴 제217차 집행이사회에서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대
작년 가을에 열린 집행이사회에 이어 올해에도 우크라이나 관련 결정문 채택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유네스코는 교육 지속, 유산 보호, 언론인 안전 등 우크라이나에서 펼치고 있는 유네스코의 긴급활동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이를 지속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결정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의 침공에 의한 것임을 결의문에 명시하고 유네스코 관계 기구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처할 것을 포함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유네스코 의사결정기구의 가장 큰 결과물인 결정문은 대개 토론과 합의 끝에 채택되지만,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토론 없이 바로 결정문 채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러시아는 결정문 초안의 ‘무토의 채택’을 제안했지만 이사국들은 토의 여부를 투표에 부치기로 했고, 그 결과 토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이사국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우려와 지지를 보냈으며, 특히 폴란드와 핀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러시아 인접 국가들은 러시아의 행동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해당 결정문이 정치화된 용어가 포함된 정치화된 의제라고 비난했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의 이사국이 찬성하여 수정 결정문이 채택됐다.
세계지질공원 인증 및 세계기록유산 등재
2015년에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46개국 117곳이 지정되어 있다. 이번 집행이사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전북 서해안권을 포함하여 20곳이 새로운 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이번 인증으로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총 5곳의 지질공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고창과 부안으로 이뤄진 전북 서해안권 지질공원은 주로 쥐라기 화성암과 백악기 화산암으로 구성되어 18억 지구의 역사를 보여주며, 홀로세와 백악기 화산의 비교 연구를 하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고창과 부안, 곰소만에 너른 갯벌이 펼쳐져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사업은 지난 몇 년간의 등재 절차 개선 논의 등을 거쳐 6년만에 신규 유산 등재가 이뤄졌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신청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과 ‘4·19혁명 기록물’을 포함해 64건이 새로 등재됐으며, 이들 기록물과 함께 북한의 ‘혼천전도’와 스위스의 ‘하이디 작가 요한나 슈피리의 기록물’, 우크라이나의 ‘바빈야르 기록유산’, 세계농아인연맹(WFD)에서 신청한 ‘1880 밀라노 대회: 농아인 사회를 위한 주요 문서’도 등재됐다. 독일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클로드 란즈만 감독의 영화 ‘쇼아(Shoah)’의 35mm 네거티브 필름 복원본을 ‘200시간 쇼아의 역사 증언 오디오 아카이브’로 등재하여 나치 고통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자 했다.
집행이사회 출장단
유네스코의제정책센터 김은영, 서기준, 이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