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학교 관리자 연수 참가후기
2022년 현재 556개에 달하는 국내 유네스코학교에서 유네스코의 이념과 정신을 구체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실행하는 첫 번째 주체는 교사와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들 활동에 대한 학교 관리자의 이해와 지원의 중요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국 유네스코학교 관리자들이 참여해 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해 본 관리자 연수 참가 후기를 전한다.
유네스코학교를 전학교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학교 관리자의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수업이나 학교행사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 등 교육활동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은 선생님들이지만,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학교관리자의 역할 역시 유네스코학교 운영에 큰 파급력을 가진다.
수많은 연수도 받아보고 강의도 해보았지만, 연수의 내용과 질을 결정짓는 것은 역시 연수 참여자의 구성이다. 내가 부임한 학교가 유네스코학교인데 유네스코학교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 학교에서 하고 있는 활동이 유네스코학교라는 이름에 걸맞는 활동일까? 유네스코학교 운영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선생님들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까? 유네스코학교의 관리자라면 이런 여러 가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유네스코학교 운영이라는 같은 고민을 가진 관리자들이 모여 경험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본 연수는 시작부터 매력적이었다.
연수는 ‘다시 생각하는 평화’라는 대주제 하에 평화에 대한 기본 이해, 문화다양성과 평화, 평화와 세계시민교육, 지속가능발전과 평화 등 총 4가지의 주제로 전문가 강의(30-50분), 조별토론(20분), 강연자 질의응답(40분)의 포맷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수많은 화상 회의와 연수에 참여해 왔지만, 강연-조별토론-질의응답이라는 형식은 관리자로서는 좀 생소했다. 그것이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질까 하는 약간의 회의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러한 형식의 연수는 대성공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 강연은 문화다양성, 세계시민교육, 지속가능발전의 측면에서 평화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녹화된 강연 내용을 시청한 후 20여 분간 조별 토론을 통해 강연자에게 할 질문 2-3개를 정했다. 하지만 강연 내용의 적용 사례 또는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학생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찾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우리 조는 1조였기에 특히 좋은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느꼈다. ‘그간 내가 얼마나 순응하는 학습자였는지’ 하는 생각도 새삼 들었다. ‘질문을 위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 고심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했다.
모든 조가 비슷한 고민을 했는지, 똑같은 강연 내용을 듣고 만든 질문이 조별로 겹치지 않고 다양했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나와 우리 조에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이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질문을 통해 강의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심도 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질문 만들기’는 수동적이고 순응하는 학습자를 능동적인 학습자로 바꾸는 마법이었다.
학년말 바쁜 업무 중에 2시간씩 4회, 총 8시간의 연수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조별 토론 시간 중간에도 긴급한 업무가 발생해 화면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분도 계셨고, 출장 중이나 이동 중에 휴대전화로 접속해 참석하는 열정적인 분도 계셨다. 또한 화상으로 진행되는 연수에 참여하는 일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뿐만 아니라 화상 연수에서 2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도 높은 연수가 끝날 무렵, 연수 참가자들은 유네스코학교의 교육활동이 평소에 하고 있는 교육활동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학교의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더 좋은 활동과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더불어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자부심을 더욱 많이 갖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연수 참가자 중에는 ‘8시간의 관리자 연수로 유네스코학교에 대해 대략은 알게 되었지만 좀 더 자세한 연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분들이 있었다. 이에 이 자리를 빌어 유네스코학교 선생님들께 ‘세계시민을 만나다, 여기는 유네스코학교’(www.teacherville.co.kr)라는 프로그램을 한번 살펴보시길 추천해 본다. 또한 우리 학교는 교육과정의 특색사업 중 하나로 ‘유네스코학교 운영을 통한 세계시민교육’을 설정하고 유네스코학교 활동 주제 3가지를 3개년 계획으로 수립하여 매년 중점 주제를 한 가지씩 정하여 좀 더 깊이 있는 활동을 펼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이러한 사례들과 다른 유네스코학교들의 활동 내용이 더 널리 공유되고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이번 연수의 마무리 인사를 대신한다.
이춘희
서울문성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