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문장은 어떻게 쓰인 거예요? 문법은 맞는 건가요?”
스리랑카 푸탈람 지역(Puttalam District)에 있는 열린학교(Open School)에서는 질문하는 소리, 타밀어(스리랑카 공용어) 읽는 소리, 수학 공식 외우는 소리 등 학생들의 공부하는 목소리가 늘 울려 퍼집니다. 스리랑카 국립교육원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과 성인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열린학교는 배움을 위해 모인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학생들 중에는 그 누구보다 배움을 즐거워하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종교를 중시하는 스리랑카의 사회적 분위기와 집안의 강요로 이슬람 종교지도자 ‘마우라비’(Moulavi) 교육을 받던 중 자신의 꿈을 되찾기 위해 열린 학교 문을 두드린 아즈백(Azbak)이 그 주인공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아닌, 내 꿈을 찾고 있는 15살 소년 아즈백은 일주일에 두 번 열린학교에 갑니다. 학교로 향하는 아즈백의 입가에는 슬며시 미소가 피어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즈백은 이슬람 종교지도자 양성기관인 마드라사(Madrasa)에 다녔습니다. 마드라사는 이슬람교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일반 교육이 아닌 종교 교육만 주로 제공하는 곳입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종교 교육이 일반 교육보다 우월하며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일반 교육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아닌, 나의 꿈
아즈백은 사실 일반 학교에 진학해 공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존경 받는 종교지도자가 되길 바랐습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마드라사에 진학한 후에도 아즈백은 온통 학교 생각뿐이었습니다. 아즈백은 매일 아침 기도와 경전 공부가 끝나면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바로 옆 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창문 너머로 수업을 엿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즈백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조회 시간에 열린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그 순간 아즈백은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열린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한 아즈백은 이곳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일반 학교 교육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듣던 타밀어와 수학 수업을 직접 듣고, 싱할라어(스리랑카 공용어), 영어, 과학도 배우고 있습니다. 아즈백은 이해가 되지 않으면 선생님께 질문도 자주 합니다. 어렵게 되찾은 배움의 기회인 만큼, 작은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
아즈백의 열의에 감동한 아룬(Arun) 선생님은 그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즈백의 질문에 기본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고, 작은 성과에도 상을 주며 사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아버지의 마음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꿈을 응원해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드라사 졸업을 앞둔 아즈백이 자신의 앞날에 대한 고민과 더는 열린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걱정에 괴로워하자, 아버지는 직접 아룬 선생님을 찾아가 아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아룬 선생님은 자신과 열린학교가 아즈백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아즈백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아즈백은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음을 느낍니다. 열린학교와 함께, 자신이 그리는 미래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장우선 브릿지팀 연수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