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
지난해 12월 15일, 전국 각지의 유네스코학교 담당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는 설렘과 기대를 안고 서울에 올라왔다. 100여 명의 선생님들이 3개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나는 그 중 B그룹에 속해 교토와 오사카 지역의 학교를 탐방하게 되었다.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나는 앞으로 7박8일간을 함께할 우리가 손발이 척척 맞는 팀이 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직접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며 우리는 한국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일본 음악을 준비해서 들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비록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그곳 사람들에게 “우리들이 당신들을 만나기 전에 당신들의 문화에 대해서 공부를 했어요. 당신들에게 관심이 있어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이선경 선생님이 ‘코토바니 데키나이’(言葉にできない; 말로 표현할 수 없어)라는 곡을 제안했다. 한국으로 치면 조용필과 같은 일본의 유명 가수가 부른 노래였다. 출발을 앞두고 몇 차례 더 모여 준비를 하면서 우리는 더 자신감이 생겼고,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
드디어 도착한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Asia/Pacific Cultural Centre for UNESCO, ACCU) 선생님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공항에서부터 일정 내내 우리 그룹과 함께해 준 이토 상도 같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프로그램 시간에 대해 철저했다.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 본인들이 정한 일정과 거의 똑같게 운영하며 늦어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미안해 했고, 정확한 시간 내에 끝내려고 했다. 그리고 사전 작업도 철저하게 했다. 놀라운 행정 처리에 한번 더 놀랐다.
리츠메이칸 우지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는 ESD 관련 수업을 지켜보았다. 지구를 위해 개인, 국가, 국제기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메모지에 적어 붙이고, 그렇게 모인 아이디어를 비슷한 영역끼리 묶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학생들끼리 논의하는 수업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을 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 애쓰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탄했다. 수업 참관 후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 방침, 학생 지도 방법, 교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 등 궁금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고 서로 조언을 주고 받았다. 이 학교와 교류를 원한다고 직접 고백(?)하는 선생님도 있었고, 그곳 학생들 역시 학교 탐방 내내 한국 선생님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나누었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그렇게 국적을 초월하는 즐거운 일임을 느꼈다.
이번 일본 방문 기간에 일본에서는 홍역과 독감, 인플루엔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이에, 해당 병에 항체가 있는 몇몇 선생님들만 나라현립 호류지 고쿠사이 고등학교를 예정대로 방문하기로 했다. 비록 홍역때문에 학생들의 수업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참관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을 위해 한국어 편지를 준비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해주는 가 하면, 서예부에서는 아름답고 좋은 의미를 가진 글씨를 한 자씩 적어 선물하는 등, 방문하는 곳마다 정성과 환대가 가득했다.
오사카 시립 세이메이가오카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전교생이 ‘고향의 봄’을 비롯한 노래 3곡을 합창으로 선보였고, 학년별로 악기 연주와 합창 등으로 환영해 주었다. 너무 놀라 물어보니 이 학교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한국 노래를 배운다고 했다. 한국 외에도 교류하고 있는 해외 학교가 더 있다고도 했다.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다른 나라 문화도 자연스럽게 노래로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에 우리는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실뜨기, 켄다마 등을 하면서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몸짓과 손짓으로 서로를 알아갔다. 눈빛으로 온기를 나누고, 파파고(언어 통역 앱)의 도움을 얻어 조금씩 소통을 했다. 종이접기를 알려주겠다고 색종이를 나눠준 아이에게 역으로 한 선생님이 한복 종이접기를 보여주자, 아이들은 교류 시간이 끝났는데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매번 짧게만 느껴졌다.
방문기간 동안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에는 갈등이 한창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를 맞은 기관장들마다 “외교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ESD(지속가능발전교육)를 위해 서로의 좋은 점을 배우고 협력하자”는 말을 했다. ESD는 국가를 초월하여 인류가 협력해야 하는 분야이자, 서로를 위한 길이니 말이다.
이번 교류 활동을 통해 일본에서 실시되고 있는 ESD를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일본 선생님들에게 한국의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하고 있는 ESD 현장을 꼭 소개하고 싶어졌다. 그런 기회가 생길 것을 기다리며, 벌써부터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은 마음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이번 교류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소중한 인연은 덤으로 얻어왔다. 전국에서 ESD 교육을 위해 다양한 수업을 열정적으로 하시는 선생님들과 관리자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앞으로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끝으로 이러한 기회를 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노하예진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