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여행
지난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간 전국의 유네스코학교 고등학생 50명이 유네스코평화센터에서 개최된 세계시민여행에 참가했다. 학생들은 평화, 생물다양성, 소셜벤처, 기후변화, 난민 등을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배우고, 학생으로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또한 세계시민협의회를 통해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시민 모두의 하나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일상 속 변화를 만들기 위해 기획된 이번 세계시민여행에 참여하며 자신과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고등학생 참가자 두 명의 후기를 지면으로 전한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세계시민여행 둘째 날, 제리백(Jerrybag; 아프리카 여성과 아이들이 물을 쉽게 길어 옮길 수 있도록 고안된 가방)의 박중열 대표가 강의한 ‘글로벌 사회적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가능성과 도전’은 내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착한기업’으로 알려진 제리백은 사업초기만 해도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아이가 현지에서 전날 받은 제리백을 메고 박중열 대표에게 다가와 손을 꼬옥 잡으며 “고마워요. 우리는 이런 가방이 꼭 필요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여자아이의 제리백 물통 위에는 꽃이 가득 담겨있었다. 제리백 덕분에 두 손이 자유로워진 아이가 물을 긷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예쁜 꽃들을 모아서 가방에 담은 것이었다. 그날 이후 박 대표는 ‘디자인’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인생 목표인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실천 방안 탐색에 영감을 주었다. 좋은 행동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기 마련이다. 앞으로 학교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미래에 직업을 가질 때 활동 동기와 목표를 생각하고 상대의 처지와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는 가운데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세계시민이 되고 싶다.
레인보우 프로젝트 활동 공유 시간에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계시민으로서의 실천과제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학교 단위 활동을 시작으로 점차 세계로 뻗어나가는 적극적인 세계시민이 되겠다는 포부가 엿보였다. 나 또한 드넓은 세상에 대해 동경과 열망을 느끼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이제 그 꿈을 학교에서 이루어 보기 위해 우선 우리 학교 학생들의 활동반경을 넓히고 지역의 사회적 기업을 찾아 그 기업의 지향점과 가치를 배우는 한편, ‘아름다운 가게’처럼 공감과 나눔의 실천을 목표로 판매 활동을 해보고 싶다. 남한산성, 탄천 등 우리 지역 내 문화·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홍보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연계도 활성화하고 싶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이미 변하기 시작했고, 이제 다음 차례는 바로 우리 학교와 지역사회가 될 것이다.
최인혜 성남여자고등학교
분노하고, 믿고, 실현하라
지식을 얻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바탕엔 사람이 있다. 세계 시민으로서 다양한 강의를 듣고 여러 활동도 공유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2박 3일 동안, 나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아주 특별한 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사람책’ 활동을 통해 그 모든 것의 주체인 사람과 사람의 삶에 대해 좀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었다.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마주한 멘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에 대해 더 넓고 더 깊은 시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분노라는 감정에 대한 내 생각도 바뀌었다. 분노는 언제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전해지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분노하기보다는 참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해련 선생님의 ‘왜?’라는 강연과 홍소은 선생님의 ‘공감’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분노는 때때로 우리에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현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의 비전 또한 분노로부터 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잘 사는 사람들은 저렇게 많고 세상에 부와 돈은 넘쳐나는데 왜 한편에선 여전히 굶주려 죽는 사람과 목마름에 허덕이며 몇 시간을 걸어 물을 긷는 아이들이 있는지. 나 또한 세상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분노했고, 부익부 빈익빈의 흐름이 멈추지 않는 이 지구촌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분노는 나의 힘이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세계의 교육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지난번 유네스코를 방문했을 때 이리나 보코바 전 사무총장에게서 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그 믿음을 실현시키라”는 조언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는 나는 또 한번의 세계시민여행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더 굳게 다짐할 수 있었다. 난민과 여성 차별 문제 등 세계시민으로서 꼭 알아야 하고 다루어야 할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해 친구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진정한 세계시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2박 3일간의 이 경험은 내 고등학교 시절의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세계시민여행을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세계시민으로서 성장하는 순간들이 여행이 끝난 뒤 우리 일상에서도 계속되면 좋겠다.
김하은 대전외국어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