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 후원자의 편지
이번 달 후원자 편지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후원사업을 시작한 2014년부터 매달 후원에 동참해 오신 충북 청주의 유철 후원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로부터 후원 참여 동기에 관한 글을 청탁받은 지 몇 주가 지났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글을 쓰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제가 후원자로서 글을 남길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퇴직 전까지 중등 교육에 종사했습니다. 한위는 제가 교직에 있는 동안 여러 차례 도움을 주었습니다. 시골의 평범한 영어 교사로서 막연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저는 유네스코 활동을 통해 교사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지, 앞으로 교육은 어디를 지향해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새로운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어가 볼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1996년에 유네스코 교육전문가 연수 프로그램으로 유네스코독일위원회를 찾은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곳에서 받은 『International Understanding Through Foreign Language Teaching』(외국어교육을 통한 국제이해교육)이라는 책자는 영어교육에 종사하는 제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1999년 말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1주일간 개최되었던 세계청소년의회(World Parliament for Children)에 한국 학생 2명과 함께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175개 국 500여 명의 학생과 지도교사를 만난 인연도 유네스코와 한위로부터 받은 매우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후원자의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유네스코와 한위로부터 받은 혜택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만큼 제가 이러한 활동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을 먼저 고백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러한 큰 도움, 혹은 ‘마음의 빚’을 어떤 식으로든 다 갚고 싶었고, 이에 2014년부터 한위의 지구촌 교육나눔 사업에 매달 정기후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한위를 찾을 때마다 제가 느끼는 점은 유네스코와 한위에서 하고 있는 사업이 참으로 방대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전 지구적 이슈와 과제를 다루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유대와 공조가 절실합니다. 따라서 유네스코나 한위와 같은 조직에는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고 이를 도울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처럼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고, 이밖에도 뜻을 같이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방법이나 도움의 정도는 중요치 않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가지고 있는 능력껏 마음을 모으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해서 학식이 많은 학자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명 인사나 지도자, 대단한 목표를 앞세운 거대한 사업체만 앞장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마당을 쓸고 꽃을 피우는 일’도 우리가 사는 지구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일일테니,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크고 작은 깃발을 들고 유네스코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으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유네스코와 한위는 이들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감사히 받고 갈무리해 가장 필요한 곳에 전하고 사업을 추진하면 될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고 들었습니다. 가입 7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이제껏 변함없이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위해 노력해 온 유네스코와 한위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