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
국내 최고 권위의 여성 과학자상으로 꼽히는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이 7월 5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됐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은 과학청년팀과 함께 시상식장을 찾아 한국 과학계를 이끌 여성 과학자들의 활약상을 보고 왔다.
1998년부터 과학의 발전에 세계적인 기여를 한 여성 과학자들에게 시상해 온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과 별개로, 한국에서는 2002년부터 로레알코리아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주관으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이 매년 탁월한 업적을 남긴 국내 여성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도 2004년부터 참여했으며, 올해로 21회 째를 맞는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에 후보로 오른 인물은 총 46명이었다. 256개 대학에서 학술진흥상 부문에 11명,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신진 여성과학자에게 수여되는 펠로우십의 생명 분야와 공학 분야에 각각 23명과 12명이 올랐다. 최종 수상자는 이들 후보의 경력과 연구 실적 등을 정성적·정량적으로 평가해 학술진흥상 1명과 펠로우십 4명이 선정됐다.
올해 학술진흥상은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치과대학의 김홍희 교수가 수상했다. 김홍희 교수는 국내 골대사 분야 기초연구가 전무했을 당시부터 파골세포의 배양 방법과 실험 기법, 노하우 등을 국내에 확산시키는 연구를 진행해온 바 있다. 시상 이후 열린 패널 토의에서는 수상자와의 인터뷰 및 향후 여성 과학계를 전망하는 논의가 오갔다. 김홍희 교수는 후배 여성 과학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분야를 집중해서 연구하는 것이 좋다”며 “기술은 매번 바뀌고 있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해당 연구 분야에 빠르게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널 토의에는 지난 2015년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 학술진흥상을 수상한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문애리 본부장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본부장은 “대형 과학 연구에서 주요 여성 과학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주저하지 않고 큰 목표를 세우고, 공공선 추구에 힘을 보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술진흥상 시상 이후 진행된 펠로우십 시상식에서는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김은지 박사후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구강희 조교수, 질병관리청 감염병백신연구과 여진아 책임연구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이선영 임상조교수가 상을 받았다. 김은지 박사후연구원은 장기 등 인간 조직을 인공적으로 작은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유전자 조작 및 약물 처리로 질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한 공을 높이 평가받았고, 구강희 조교수는 특성 변화가 쉬운 고분자에 초점을 맞춰 온도, 빛, 염분의 변화 등 환경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거나 물질이 생분해되는 것을 색상 변화로 나타낼 수 있는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여진아 책임연구원은 국가 주도 mRNA 백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에서, 이선영 임상조교수는 간암과 담도암의 치료 전 영상 소견을 이용해 환자 개개인에 맞춘 정밀 의학을 발전시키고 환자의 장기 예후를 향상하는 연구에서 각각 좋은 실적을 내며 수상자로 선정됐다. 여진아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생명 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요즘,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mRNA 백신 개발 연구에 자부심이 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후 펠로우십 수상자들의 패널 토의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여성 과학자를 발굴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수상자들은 “펠로우십 같은 상이나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큰 힘이 될 것”이고, “일과 가정 사이 고민이 많은 여성 과학자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여성 과학자 간의 연대도 필요”하다며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제21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의 첫 현장취재였다. 수상 소감을 통해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공로와 노고를 알 수 있었고, 패널토의를 통해 여성 과학자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오랫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과학의 발전을 위해 연구해온 수상자들과 여성 과학자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여성 과학자들의 역량을 더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꿔본다.
손효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