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한 두 원칙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더위로 허덕이는 지역이 올해에는 유독 많았다. 반복되는 기상이변은 이제 이변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연례행사가 되어 가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선경 교수는 이러한 추세를 멈추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원칙으로 한 전 사회적 변혁을 더 늦기 전에 일으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화요일에는 그 전날과는 다르게 갑자기 기온이 올라갔다. 5월이라 아직 에어컨이 가동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강의실은 후끈거렸다. 그날 인터넷 기사에는 대구 기온이 33.6도를 기록했으며 5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폭염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기사가 났다. 올 봄에는 봄꽃의 개화 순서도 지켜지지 않았고 그 시기도 보름이나 빨랐다. 산불도 반복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났고, 가뭄은 극심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던 작년 8월의 상황을 돌아보지 않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올해 3월 만장일치로 승인한 IPCC 제6차 종합보고서는 이를 더욱 더 객관적으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표면 온도는 1.09℃ 상승하였으며,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되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표면 온도 상승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이나 남극 빙상의 붕괴, 생물다양성 손실 등 일부 변화가 불가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으며, 많은 인간과 자연 시스템이 적응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보다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 천 명 이상의 과학자와 기후변화 관련자가 참여하고 있는 IPCC가 기존 논문과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보고서의 내용은 매우 보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부터의 몇 년이 결정적일 수 있는 시간임을 직시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심층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신속히’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부문과 시스템에 걸친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스웨덴과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 일본, 중국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전 세계에 표명했다. 2021년에는 이를 위한 2050탄소중립시나리오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40% 이상으로 설정했다. 올 4월에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그 노력을 구체화했다. 이 계획에는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산물, 폐기물, 수소, 탈루, 탄소흡수 및 제거, 국제 협력 등의 감축 관련 내용과 기후 적응 전략, 공정전환 등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영역에 따라 그 속도가 다소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 이를 좀 더 고르게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통한 기술혁신 이외에도 우리가 살아가고 소비하는 방식과 사회 체계, 농축산물 및 기업의 생산 방식 등 크고 작은 모든 활동이 변해야 한다. 우리 삶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을 인지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대전의 한 지역에서는 공용화장실 리모델링과 같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사계획에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냉난방 온도 조절, 친환경자재 사용, 조명 교체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사업별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상황을 분석한 ‘탄소인지결산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경기도, 서울시, 경상남도 등도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또는 ‘기후인지예산’ 등을 사용한 바 있다. 이처럼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모든 활동에 앞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강한 지속가능성’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을 미리 파악하고 고려하는 공정전환, 즉 전환 과정에서의 형평성 추구 역시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가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은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적인 두 축이며,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지속가능성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교육계에서의 화두는 변혁(transformation)이다. 2020년 발간된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2030』(ESD for 2030)과 『OECD 교육 2030』 모두가 변혁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 실천, 사회구조, 기술적 진보 등의 모든 영역에서 변혁, 즉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실행을 요구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위기로 치닫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살아남기 위하여, 이 지구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수준의 변혁이 필요할지를 창의적이고 희망적으로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함께 논의하고,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하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선경 청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