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네스코는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국제교육센터(Center for Global Education) 등과 공동으로 전 세계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인 ‘탈탄소화 탈식민화’(#Decarbonize #Decolonize)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전 세계 33개국 중 한국 대표로 민족사관고가 참여했다.
‘탈탄소화 탈식민화’ 프로그램은 청소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기후변화 교육과 리더십 교육으로 나뉜다. 우선,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 예술 공모전 및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예술 공모전을 통해서는 환경을 주제로 한 청소년들의 그림, 조각, 디자인 등을 출품받았는데, 전 세계 학생들이 모두 5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제출했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세계의 청소년들이 사는 지역이 기후변화로부터 어떠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특히 이번 연도 유엔의 주제인 ‘물’과 기후변화의 관계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리더십 교육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글로벌 선도 학교(Global Lead School)의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었다. 약 8개월 동안 각국의 청소년 대표들은 자신의 지역과 학교에서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교육과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세미나와 회의를 통해 기후변화가 자신의 지역에 끼친 영향과 그 대처 방법에 관한 경험을 나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각국이 기후변화로부터 받는 영향, 정부의 정책, 다른 국가 청소년들의 환경 운동 현황 등에 대해 배우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안목을 넓혔다.
‘탈탄소화 탈식민화’ 프로그램은 매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 25, COP25)에서 청소년 백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이를 위해 각국의 청소년 대표들은 올해 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스페인으로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4일부터 12일까지 총 9일에 걸쳐 기후변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과 요구를 담은 청소년 백서를 작성했다. 이 백서에는 COP25에 참가한 학생뿐만 아니라 그간 예술 공모전, 설문조사 등에 참여한 모든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고루 반영돼 있다. 백서는 해양, 삼림, 산업, 그리고 대표제의 총 네 가지 주제를 통해 기후변화의 해결책을 제안했으며, 동시에 청소년들의 기후 교육권과 대변권을 주장했다.
COP25 회의에 참가한 청소년 대표들은 현장에서 관련 부스와 회의를 참관하고, 콘퍼런스에 참석한 다양한 비정부기구와 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탈탄소화 탈식민지화’ 프로그램의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12월 12일에 필자는 해당 프로그램의 대표로서 백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청소년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17명의 청소년이 작성한 백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그간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돌파구를 제안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백서는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견해와 요구를 담았다는 것 자체로 적지않은 의의가 있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은 단기적 이득과 장기적 이득 사이의 선택 문제다.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면 지구 온난화 문제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복잡한 외교와 경제적 실리를 따지는 과정에서 정치인과 사업가들은 단기적인 이득과 편의를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강한 지구’라는 장기적 이득을 가장 가까이에서 강력하게 상기시킬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청소년과 어린이들이다. 이들이야말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변해가는 지구를 물려받을 미래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자신들의 원하는 바를 알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한 지구 환경의 미래를 추구하는 청소년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힘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반드시 행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탈탄소화 탈식민화’ 같은 프로그램의 가치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그레타 툰베리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 시위 때문인지, 올해 COP25 현장에서는 유독 청소년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전 세계 고위 인사가 참석한 회의장에도 어린 환경운동가들의 연설이 이어졌고, 그 중에는 8살짜리 환경운동가도 있었다.
어른들은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고, 아직은 어린 그들의 실수에 더 너그럽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더 힘을 가질 수 있다. 청소년들이 용기를 내어 당당히 자신들의 요구를 펼치고, 기후변화 문제에 앞장선다면 우리 사회의 장래는 더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하진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