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호지역 관리자 역량강화 워크숍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로 ‘글로벌 국제보호지역 연구훈련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 시범사업으로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보호지역 관리자 역량강화 워크숍’의 현장 모습을 전한다.
이번 워크숍에는 우리나라 제주도를 비롯하여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거나 지정될 지역자치단체의 담당자와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국가지질공원 사무국 관계자, MAB한국위원회 및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유네스코 및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관계자를 비롯하여 방글라데시, 가나, 인도네시아, 케냐,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탄자니아의 국제보호지역 관리자들 역시 워크숍을 찾아 각 나라별 보호지역의 보전과 관리에 대한 사례들을 발표하고 국제보호지역 관리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세션 1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람사르 습지 등 국제보호지역의 지정목적, 임무, 특성, 역사, 등재현황, 등재기준, 신청절차, 관리, 정기보고, 평가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해당 내용은 국내 관리자들이 우리나라에 지정되어 있는, 또는 지정되어야 할 국제보호지역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타당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세션 2에서는 제주도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 국제보호지역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세계유산마을이기도 한 선흘 2리의 자연환경, 마을 변화 특성, 관광산업에 대한 분석과 마을주민의 참여 활동 사례를 들었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참여의식이 인상깊었다. 동·식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설하는 모습과 체험형 교육프로그램 운영 및 친환경 먹거리 제품생산 과정은 워크숍 참여자에게 특히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제주도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의 효율적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국제적인 선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부분도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각기 쓰임새가 달라 통합적인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 관련 전문가와 전공자의 부족, 보호지역의 활용과 보전에 대한 중앙부처 및 관할 법령의 갈등, 보호지역의 중복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문제 등에서 고민과 개선이 필요했다. 향후에는 제주도 국제보호지역의 통합관리를 위한 실행방법 개발, 지역민들의 지속적인 삶의 질 향상, 각 지정장소에 대한 홍보 및 교육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파트너십의 지속가능성 전략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브랜드 통일작업을 포함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세션 3에서는 스리랑카의 신하라자(Sinharaja) 산림의 종다양성 보전과 관련하여 외래 침입수종, 불법 벌채, 산불, 차 경작지로 인한 잠식, 광산, 기후변화, 보전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 등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한 생태관광에 있어 탐방객 수 제한, 지역 사회기반시설 구축, 지역 인식 프로그램 개발, 제도와 관리 강화 등의 노력을 알 수 있었고, 그 외 국가의 발표자들도 보호지역에 대한 보전 활동, 교육활동, 생태계서비스, 생태관광, 활성화 전략, 지역사회의 참여, 통합관리 등에 대한 공통적인 과제를 다뤘다.
세션 4에서는 한탄강 지질공원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군 지역주민들의 참여활동과 관광객·학생 대상 교육, 지질관광, 지속가능한 개발 등의 내용을 파악했다. 또한 독일 국제보호지역의 라벨링, 마케팅, 브랜드 활용에 대한 설명에서 지속가능한 지역 생산물의 사용과 촉진, 환경친화적 활동의 촉진,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교육, 단체들의 지속가능성과 자질, 협력 등에 대한 내용도 알 수 있었다. 이밖에도 미얀마의 ‘국가 습지정책과 전략행동’, 가나 보솜트웨(Bosomtwe) 생물권보전지역의 관리 노력과 애로사항 등을 들으면서 다양한 국가의 보호지역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항들을 체감할 수 있었다.
토론시간에는 국제보호지역의 도전과제에 대한 해결방안 제시를 위해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보호지역에 대한 지정을 받기위한 노력은 상당하나 이를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공유했다. 외국의 경우 역시 재정적 지원 부족, 인식 부족, 공동체 참여 여건 미흡, 교육 필요, 생태관광 활성화, 보호지역의 가치 자리매김 등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국제보호지역 관리에 있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원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이슈라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국제보호지역 관리자들이 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과제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람사르협약에서 제시한 ‘CEP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의사소통(Communication) 및 역량강화(Capacity building), 교육(Education), 참여(Participation), 인식증진(Awareness)의 약자로, 이들은 모두 보호지역 지정과 관리 전 과정에서 반드시 적용되어야만 하는 필수 요소다. 이 요소들은 앞으로 국제보호지역 관리자들이 관련 업무를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희채 국립수목원 광릉숲보전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