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송 유네스코 뉴델리사무소인문사회과학섹터 과장
고려대학교에서 국제학을 공부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비교사회정책(Comparative Social Policy) 석사를 마친 후 유네스코에 입사한 김은송 과장은 본부에서 성평등 및 교육 관련 업무를 수행한 뒤 현재 유네스코뉴델리사무소에서 인문사회과학섹터 사업을 관할하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모색해 온 김은송 과장의 이야기를 청년기자단이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유네스코와의 첫 인연부터 현재 계신 기관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공공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석사 졸업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가 잘하는 분야, 좋아하는 분야,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분야가 겹쳐지는 영역이 ‘국제개발협력’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양자 간 사업만을 주로 진행해야 했던 것에 아쉬움을 느껴서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에 지원하며 국제기구에 진출하게 되었고, 당시 여러 JPO 공고 중에서 유네스코 양성평등 부서의 직무가 제 경력 및 흥미와 가장 잘 맞았던 것이 이렇게 유네스코와의 만남을 가능케 했어요. 이후 유네스코 본부와 네팔 지역사무소 등을 거쳐 현재 유네스코 뉴델리사무소에서 인문사회과학(SHS) 섹터의 과장(Chief)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꿀팁’이 있다면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자신의 모든 경험을 큰 자산으로 여기고, 그로부터 나오는 용기와 도전정신으로 꾸준히 여러 곳에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JPO가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가장 좋은 길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계약직이라는 불안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그 불안함이 오히려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전하게 만든 원동력이었어요. 체계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새로운 포지션에 지원하겠다’ 라는 저만의 계획을 실천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노하우를 터득해 나갔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의 업무 특성상 여러 국가와 부서를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때 대인관계를 잘 쌓는 것 역시 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저는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늘 받았습니다. 이번에 뉴델리사무소에 지원했을 때의 채용 매니저도 제가 유네스코 본부 양성평등부서에서 일할 때 처음 만난 분으로, 이후 몇 년간 성평등 관련 사업이 있을 때마다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었기에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게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섹터와 프로젝트를 거쳐 현재의 자리에 오시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유네스코 네팔사무소에서 진행했던 ‘유네스코 소녀교육’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네팔 여성들을 중심으로 가족 및 교사에게 포괄적 성교육을 하는 사업이었어요. 네팔은 성, 카스트, 종교 등 다양한 층위의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고, 어린 시절부터 성별 간 교류가 매우 적어서 성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까다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던 점, 사업 지역이 매우 낙후된 지역이었다는 점 역시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잘 마무리하면서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제게 큰 자양분이 되었던 프로젝트라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현재 맡고 계신 인문사회과학 섹터는 AI윤리부터 스포츠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중 가장 마음이 가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가장 먼저 ‘스포츠 사업(Leveraging sports for social good)’ 을 들고 싶어요. 스포츠를 통해 유네스코가 궁극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 성평등과 존중, 다양성 등을 배우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인도는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다양성과 관련해 예민한 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대놓고 전하기는 어려운 유네스코의 이슈를 스포츠라는 매개통해 전할 수 있어 마음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성평등 사업의 일환으로 ‘Transforming MENtalities’ 라는 남성성에 대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평등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자칫 메시지가 오해를 사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이 역시 마음이 참 많이 가는 프로젝트예요.
마지막으로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국제기구 안에는 매우 다양한 업무가 있기 때문에 인턴십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최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것은 194개 회원국에서 모여든 동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오픈마인드’을 갖추고 3-4년에 한번씩 로테이션을 다니는 것에도 적응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해요. 이런 현실적인 것들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국제기구 업무에 뜻이 있고 즐거운지 ‘구체적으로’ 경험해 보고 고민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서지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