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불법거래 방지를 위한 1970년 유네스코 협약 50주년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이하 ‘1970년 협약’)이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지 올해로 50년이 되었습니다. 매년 11월 14일을 ‘국제 문화재 불법거래 방지의 날’로 제정하고, 문화재 불법거래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The Real Price of Art’ 캠페인을 펼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유네스코의 활동을 살펴 봅니다.
유네스코는 창립 초기부터 전쟁과 식민지배, 도굴이나 도난 등을 통해 부당하게 반출된 문화재를 반환하고,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촉구해 왔습니다. 이에 문화재의 보호를 위한 최초의 국제협약인 「무력충돌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의 제1의정서에는 전쟁 중 문화재 반출을 금지하고, 반입된 문화재는 다시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흥 독립국과 남미 국가들은 전시(戰時)뿐만 아니라 평시(平時)에도 적용될 수 있는 포괄적인 국제규범 제정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1968년에 국제협약의 초안이 마련되었지만, 프랑스와 독일, 영국, 미국, 일본 등 이른바 ‘문화재 시장국’(market country)들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초안의 여러 내용에 반대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협약의 소급 적용에 대한 우려를 비롯하여 문화재 반입 제한 조치, 반환 문제 등에 대해 특히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초안의 많은 부분이 수정된 최종안이 1970년 11월, 제1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1970년 협약은 전문(前文)과 함께 총 26개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당사국에 문화재 목록 작성 및 관리, 반출증명서 제도 도입, 불법반출 문화재 취득 금지를 위한 국내 입법, 도난 문화재 반입 시 회수 및 반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제재, 인식제고 활동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후 많은 국가들이 협약에 가입한 후 국내법을 개정하거나 별도 이행법률을 제정했고, 한국은 1983년에 이 협약에 가입하면서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에 협약의 주요 내용들을 반영하여 국내적으로 이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협약 논의 초기에 각국 간 이견으로 인해 조문의 구체성과 유효성이 약화된 탓에 국내 입법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무력화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또한 목록에 기록된 문화재만 반출입을 금지하여 매장문화재의 도굴과 불법 반출을 막기가 어렵다는 점, 국제공법(公法)으로서 선의취득과 같은 사법적 규율을 담아낼 수 없었던 점 등도 협약의 한계로 지속적으로 지적됐습니다.
이에 유네스코는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IDROIT)와 함께 사법적 측면에서 1970년 협약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협약 초안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5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외교회의에서 「문화재의 도난 및 불법반출에 관한 유니드로와 협약」(이하 ‘1995년 협약’)이 채택되었습니다. 1995년 협약은 미등록문화재에 대해서도 반환청구가 가능하도록 했고, 개인의 반환청구권을 보장할뿐만 아니라 문화재 취득 시 해당 문화재가 불법 거래되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의무조항을 포함하는 등 문화재 불법 거래와 환수 문제에 대해 여러 구체적인 기준들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유네스코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유네스코는 1970년 협약의 구체적 이행을 돕기 위해 협약의 실행 가이드라인인 ‘운영지침’을 채택하고, 여기에 협약 조문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당사국들에게 부과되는 의무와 권고사항 등을 담았습니다. 2015년 채택된 이 문서는 1970년 협약이 채택되던 당시 다루지 못했던 ‘인터넷을 통한 문화재 불법거래 문제’ 등과 같은 새로운 도전 과제를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 채택되면 개정하기 어려운 협약과 달리 이 ‘운영지침’은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한데, 실제로 2020년 10월에 열린 제8차 협약 부속위원회에서는 운영지침 개정 검토를 위해 협약 당사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조만간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50년 전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채택되었지만, 이제 1970년 협약은 보편적 국제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협약은 문화재 거래 시장의 불법 행위를 막는 데 꾸준히 기여해 왔으며, 이에 직접적으로 협약이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협약의 정신에 따라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기원국에 반환하는 국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에서 한국에 돌아온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도 박물관 측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반환 의사를 밝혀 온 사례입니다. 한 국가와 민족의 ‘영혼’이 담겨 있기에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운 세계의 수많은 문화재들이 하루빨리 자기 자리를 찾아 더욱 빛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도 1970년 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기대해 봅니다.
김지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참고자료]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재환수관련 국내외 규범 및 제도의 운용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1970년 UNESCO협약과 1995년 UNIDROIT협약을 중심으로」(2013)
· Institute of Art and Law 「Commentary on the UNESCO 1970 UNESCO Convention on Illicit Traffic」(2007), 「Protecting Cultural Objects: Before and After 1970」(2017), 「Cultural Heritage Conventions and Other Instruments: A Compendium with Commentaries」(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