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파견하는 주재관이 근무한다. 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한 제4대 주재관으로 지난 3년간 유네스코 사무국과 대표부, 한국위원회 간 협력을 훌륭히 발전시켜 온 이선경 주재관이 9월 1일 한국에 귀임했다. 후임으로 파견되어 앞으로 매월 ‘주재관 서신’을 통해 독자를 찾을 김지현 선임전문관이 이선경 주재관을 만나 유네스코 외교의 최전선에서 그간 겪은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하신 일들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표부에는 주유네스코 대사를 포함한 6명의 외교직원들이 유네스코와 소통하고 협력하고 또 이슈에 대응하는 외교업무를 맡습니다. 각자 교육·과학·문화 등 유네스코가 다루는 전문 영역을 맡거나, 행정·인사·재정 등 유네스코의 조직 문제를 살피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제가 담당한 부분은 자연과학과 정보커뮤니케이션입니다. 물, 해양, 생물다양성, 언론인 안전 등 관련 이슈를 다루는 크고 작은 회의에 참석해 그 내용을 한국에 전하고, 현장에서 우리 입장을 대변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유네스코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현재 유네스코가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전환’을 통한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간 방향과 방점이 달랐을 뿐, 개혁은 늘 유네스코의 과제였습니다. 35년 전 미국이 처음 유네스코를 탈퇴하며 제기한 예산의 방만한 운용, 부실한 조직 관리, 인사의 정치화 등의 문제점은 사실 아직도 안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줄레 사무총장이 내세운 전략적 전환은 조직과 사업, 그리고 기구의 지향점까지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혁의 그림이라는 데 차별점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 어려운 미션인 것 같습니다. 사실 개혁 성공의 열쇠는 국제기구의 ‘주주’격인 회원국들이 쥐고 있습니다. 결정권을 지닌 회원국들이 원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유네스코가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회원국들이 유네스코의 궁극적인 발전에 대한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개혁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개혁에 관한 한 국가의 이익과 관심을 잠시 내려놓고 좀 더 모두를 위한 관점에서 유네스코를 바라봐야 합니다. 모호한 주문과 지적보다는 작더라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필요도 있습니다. 작은 성과들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야 실질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임 기간 중에 한국의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국 수임이라는 큰 외교적 성과도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유네스코 사무국과의 협력은 어떠했는지, 사무국이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유네스코 의사결정의 실질적인 핵심체인 집행이사회의 의장국이라는 위치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중요한 국가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의장국을 수임하는 동안은 대표부의 활동 관점과 범위도 더 확대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관심 이슈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네스코 이슈 전반에 걸쳐 생산적인 제안을 하기 위해 고심합니다. 기존에도 한국에 대해 사무국은 협조적인 편이었는데, 집행이사회 의장국 수임 이후에는 더 협조가 잘 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워낙 유네스코의 일하는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은 있습니다. 사실 ‘일하는 조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무국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동기부여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주재관은 사무국은 물론 여러 회원국 대표부의 외교관들과도 긴밀하게 일하고, 한국의 여러 정부부처나 지자체, 기관, 단체, 전문가들의 유네스코 활동 참여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명함을 정리하다보니 그간 제가 만난 분들이 수백 명이 넘었습니다. 대표부 외교관의 업무 중 많은 부분은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사무국 직원, 다른 나라의 대표부 외교관, 그리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일이 모두 유네스코 외교의 바탕입니다. 유네스코와의 협력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도 매우 큽니다. 한국의 명소 5곳이 지질공원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유네스코의 이름을 부여받은 일, 정부간해양학위원회의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일 등이 보람찬 기억으로 남습니다. 제가 있는 기간 동안 3개의 카테고리2 센터 설립에 관여했습니다. 이 중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제안서의 제출에서부터 서명식과 발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했는데, 파리 현장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쉽지 않았던 절차들을 긴장하며 지켜봐서 그런지 느낌이 남다릅니다.
후임으로 오게 될 주재관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유네스코 회의장에 앉으면 제 앞에 대한민국(République de Corée)이라는 명패가 놓여 있습니다. 큰 책임감과 함께 보람과 자긍심도 따라왔습니다. 지난 3년은 저에게 유네스코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유네스코의 수많은 주제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표부의 베테랑 외교관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배운 점도 참 많습니다. 신임 김지현 주재관도 대표부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될 이러한 다양한 기회들을 잘 포착하고, 또 잘 활용하기 바랍니다.
이선경 주재관은
불어학과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1996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입사했다. 청년팀을 시작으로 교육팀, 국제협력팀, 기획팀 등에 근무했고, 문화부서에 오래 근무하며 문화다양성, 창의도시, 기록유산 분야를 맡았다. 유네스코라는 브랜드의 활용, 유네스코를 매개로 한 협력의 창출, 개도국 기술 전수 등에 관심이 있고 그러한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
인터뷰 진행 김지현 국제협력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