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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뉴스

유네스코 뉴스 입니다.
국제개발협력/'2018 브릿지 미얀마 프로젝트' 현장 모니터링 후기
등록일 2018-10-11

 

내가 원하는 삶 위해오늘도 학교로 걸어갑니다

 


브릿지 미얀마 프로젝트의 비형식 중학교육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올해 열일곱 살인 미앗(Myat Thinzar Lewin)브릿지 미얀마 프로젝트학습자 중에서도 똑똑하고 성실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더 이상 학습센터에 나오지 않는다니미얀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학업뿐만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을 병행해야 하는 형편에 있기 때문에, 미앗이 학업을 그만 둔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이 갔습니다.

     아버지를 도와 어린 남동생과 할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던 미앗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수업이 진행되는 정규 학교에는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지원하는 비형식 중학교육 프로그램 1) (브릿지 미얀마 프로젝트)을 알게 되었고, 작년부터 이곳에 다니며 하고 싶었던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앗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꿈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미앗이 갑자기 학업을 중단하게 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랬습니다. 몇 달 전, 그 동안 미앗과 함께 가계 소득의 일부를 책임지시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결국 미앗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업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미앗은 봉제 공장에서 일주일에 6,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학습센터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료까지 두 학기만 남은 상황에서 학업을 중단하게 된 미앗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수료를 못하면 그간의 노력 또한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는 현지 협력기관과 함께 미앗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미앗에게 재봉기계를 사주고, 소일거리를 받아 집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학습센터에 나와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미앗의 아버지와 상의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이야기가 계속 진행 중이며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가능한 한 미앗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생계 때문에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은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비형식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다른 학습자들 대부분도 미앗과 마찬가지로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 합니다. 저마다 매일 새벽 3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고무 채취 작업을 하고, 공사장에서 육체 노동을 하고, 물건을 떼 와 시장에서 파는 일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습자들은 일을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학습 센터에 옵니다. 이렇게까지 배움을 지속하려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아픈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직업학교 진학을 꿈꾼다는 아이, 기계 수리와 정비에 관심이 있다는 아이 등, 저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궁극적으로는자신이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미얀마 정부도 이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내에 대안교육담당부서를 신설하여 공교육 접근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황으로,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당장의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형식 중학교육을 비롯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뿌리를 내려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외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미앗과 같은 아이들이 교육 받을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1) 비형식 중학교육(Non-Formal Middle School Education) 프로그램은 수업시간이 고정적인 정규교육과정과는 달리 일을 하는 학습자들의 환경을 고려하여 유동적으로 시간대를 설정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교육으로, 정규교과목은 물론 직업교육훈련도 실시하기 때문에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지식을 제공 한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습자들은 정규교육 중학교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아 고등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업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

 

김현규

브릿지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