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따끈 따끈 ‘파리’ 통신 아니었나요? 라고 생각하시는 구독자는 설마 안 계시겠죠? 🤭 지난 10월 뉴스레터에서 알려드린 대로 올해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는 파리가 아닌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에서 열렸는데요. 총회 행사와 함께 열리는 전 세계 청년들의 모임인 ‘유네스코 청년포럼(UNESCO Youth Forum)’ 역시 올해는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됐습니다. 전 세계 140개국에서 약 200명의 청년 전문가들이 모인 이 자리에는 한국의 유병준 청년 대표도 참석했는데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또 다른 청년, 최연수 전문관이 현지에서 유 대표를 만나 청년 구독자 여러분을 대신해 이것 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어요. 함께 가 보시죠!

파리통신 미리보기🔍 I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위한 청년들의 목소리, ‘유네스코 청년포럼’
올해로 14회를 맞은 유네스코 청년포럼은 유네스코가 청년을 ‘동반자이자 주역’으로 존중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국제 청년 회의입니다. 이 포럼은 2년마다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와 함께 개최되는데요. 전 세계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고, 이를 제안으로 정리해 유네스코 총회에 직접 전달하는 매우 의미있는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2025년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14차 유네스코 청년포럼의 주제는 ‘기후행동과 사회적 영향, 그리고 청년(Climate action and social impacts, particularly for youth)’이었습니다. 세계의 청년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 시대의 변화와 청년들의 위기, 그리고 기회를 논의해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 비전(Call to Action)도 만들었습니다. 포럼 결정문에서 청년들은 “그저 듣기만 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The time to simply listen has passed!)”라면서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의사 결정 테이블에서 청년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기후 거버넌스에서의 청년 대표성 확대 ▲그린 전환 교육 강화▲청년 혁신가 지원 ▲윤리적 디지털 전환 ▲청년 정신건강 회복력 ▲문화·자연유산 보호 등 여섯 가지 권고안을 마련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세대 간 협력’의 방향도 제시했어요.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이번 유네스코 청년 포럼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된 계기를 들려 주시겠어요?
이번에 제14차 유네스코 청년 포럼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교육사회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유병준입니다. 참가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보았던 시위 현장에 대한 기억이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라는 단체가 베를린을 대표하는 이 랜드마크에 오렌지색 페인트칠을 하며 기후 위기를 알리는 모습은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그런 시위의 방향성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젊은 세대가 정말 적극적으로 기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청년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이렇게 직접 참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많은 지원자들과의 경쟁을 뚫고 유네스코 청년포럼 대표로 선발되셨는데요. 독자들과 나눌 만한 비법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요?
유네스코 청년포럼은 2년에 한 번 진행되기에, 저는 선발 관련 시기 및 정보를 일지에 꼼꼼히 기록해 두고 기다렸어요. 다음 번을 노리는 분이시라면, 2027년 3-4월쯤 공지 게시글을 꼼꼼히 확인하시면 좋을 거예요. 뉴스레터 구독을 통해 관련 소식들을 빠르게 받아보는 것도 좋고요.
선발 과정에서는 인터뷰 때가 기억에 남아요. 개별 인터뷰 한 세션, 그리고 단체 인터뷰 한 세션으로 총 두 세션의 인터뷰에 연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꽤 힘든 일이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의 국제 경험과 영어 실력도 훌륭했고, 포럼 의제(기후행동) 관련 경력도 출중한 분들이었기에 부담도 적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취했던 전략은 상대방의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연결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크게 (1)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분들의 의견 간 공통점을 찾아 개념화하기 (2)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제안되고 공유된 해결책들의 의의와 한계(특히, 다루지 않은 영역)를 밝히고, 아직 다뤄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해결책 제언해 보기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희 그룹 인터뷰에서는 주로 기후행동을 위한 금융, 외교, 미디어와 교육 솔루션들이 많이 제안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접근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교육·과학·문화 분야 전문기구로서 유네스코의 ‘문화적’ 부분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음을 짚었습니다. 이에, 기후위기로 인해 소멸·파괴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들을 아카이빙하고, 기후 시나리오별 이들의 소멸 위험성을 계산해 목록화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죠. 이처럼 자신만의 전략을 갖고 차분히 이를 시행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가 ‘기후변화’였습니다. 청년들이 모인 현장에서 느낀 청년 세대의 인식이나 위기감은 어땠나요?
두 가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첫째는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청년 세대의 정신 건강과 심리·정서적 불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래서 세계 각국이 이를 인지하고 청년들을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최종 권고문에 넣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태도가 ‘미래의 리더(Future leaders of tomorrow)’가 아닌 ‘오늘의 리더(Leaders of today)’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을 넘어, ‘우리를 정책 결정과 의사 결정의 주체로 당장 받아들일 것’,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할 것’이라는 적극적인 요구가 이번 포럼 전반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오늘의 리더라는 말이 제게도 와닿네요. 한국 대표로서, 또 포럼의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멤버로서 개인적인 목표나 강조하고 싶었던 의제가 있었나요?
흔히 국제 포럼에 가면 ‘동아시아 출신 참가자들은 똑똑하지만 조용하고 소극적’이라는 일종의 편견이 있습니다. 저는 그 오해를 바로잡고 싶었어요. 그래서 포럼 4개월 전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 운영위원회 멤버로 활동하며 준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아태지역 세부 권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간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제가 대신 그 역할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우리 세부 권고안을 조율하는 작업도 했습니다. 한국인들도, 동아시아 청년들도 충분히 의제를 이끌고 행사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 전 세계 청년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우수 사례도 공유되었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창업’과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친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의류 사업을 한다는 아르헨티나 친구는 인공 색소가 아닌 박테리아에서 배양한 천연 색소를 이용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정부 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투자처를 찾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리셔스 출신 대표도 기억이 나요. 모리셔스는 플라스틱 문제로 2010년대 중반부터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 친구는 비닐봉지의 대안으로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뛰어들었어요. 자신의 연구로 유네스코-로레알 장학금도 받고, 현재는 연세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정말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 청년들은 기후 행동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예단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활동들을 더 주의 깊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도 이미 현장에서 치열하게 의제화를 하는 청년 활동가들이 정말 많거든요. 저는 이런 이미 존재하는 풀뿌리 움직임들이 더 커지고 확산되어 ‘거대한 스피커’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 흐름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