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늘 우리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대표팀에서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여러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폭발적인 활동량으로 공격과 수비의 든든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대표팀의 부주장, 이재성 선수도 빼놓을 수 없죠.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악착같은 근성과 달리 밖에서는 얼굴에 늘 선한 미소가 가득한 이재성 선수는 ‘유네스코 프렌즈’로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일에도 앞장서 오고 있어요. 이 활동과 더불어 우리 미래세대에게 공존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축구공(共) 캠페인’도 시작한 이재성 선수는 지난 6월 17일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세바시’가 함께 마련한 ‘유네스코 토크’에서 강연자로도 나서 축구 실력 못지않은 강의 실력까지 뽐냈어요. 외국인 선수로서 뛰면서 갖게 된 세계시민에 대한 생각, 그리고 ‘함께’의 가치를 더 널리 전파하기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의 동행을 택한 그의 생각들을 정리해 여러분께 전해드려요.
+ 이재성 선수, 안녕하세요!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05에서의 네 번째 시즌을 멋지게 마무리하신 것에 먼저 축하를 드리고 싶어요. ‘유네스코 토크’에서는 이번 시즌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5라운드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를 꼽으셨는데, 그 이유가 특별했어요.
많은 팬들이 작년 12월 14일 우리 팀과 바이에른 뮌헨과의 분데스리가 14라운드 경기를 기억하실 텐데요. 분데스리가 최강팀에게 시즌 첫 패배를 안겼던 그 경기에서 두 골이나 넣었기에 제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다음 경기였던 프랑크푸르트 전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그때 느꼈던 특별한 감동 때문이었어요. 이 경기에서 이른 시간에 한 선수가 퇴장당해 우리 팀은 60분 동안 한 명이 부족한 채로 싸워야 했는데요. 수적 열세로 인한 체력 문제, 원정경기의 부담을 생각하면 비록 한 골을 먼저 넣은 상태였음에도 모든 것이 불리했어요. 사실 저는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없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제 동료들의 얼굴을 보고나서 그런 생각이 쓸 데 없는 걱정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면서 모두가 한 발 더 뛰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것을 느꼈거든요. 결국 그 경기는 우리 팀의 3대1 승리로 끝이 났어요.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이 경기에서 바로 그걸 느꼈어요. 아, 이건 그냥 축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구나. 이 안에도 삶의 태도와 세상을 대하는 시선이 다 녹아 있구나. 바로 그 느낌들을 ‘유네스코 토크’를 통해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인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외국인 선수로서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성 선수도 이러한 ‘차이’와 ‘공존’에 대한 고민은 적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저는 2018년 홀슈타인 킬이라는 팀에서 독일 생활을 처음 시작했어요. 분데스리가 2부 리그로 막 승격한, 낯선 도시의 낯선 팀이었죠. 언어도, 음식도, 문화도 우리와는 너무나 달라서 솔직히 처음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힘들었던 건 바로 문화적 차이였어요. 감독님의 말씀에 토를 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동료가 잘못하더라도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는 우리와 달리 그곳에서는 모두가 서로에게 거침없이 비판과 지적을 했어요. 그런 얘길 들으면 ‘날 싫어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기가 죽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차츰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임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런 솔직함이 비난하고 배척하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보완하면서 진정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서로에게 더 솔직해지고, 다르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그걸 덮어두는 대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해결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우리는 진정한 공존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그렇게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더 멋진 미래를 꿈꾸며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인 것 같아요. 이를 통해 ‘내’가 아니라 ‘우리’, ‘내 나라’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가짐도 자연히 갖게 되는 것 같고요.
정말 그래요. 내가 주인공이 되겠다는 마음보다 ‘우리 팀이 이기기 위해 오늘 내가 뭘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팀원이 많아질 때 그 팀의 미래도 밝아지거든요. 저는 실제로 제가 골을 넣었을 때보다,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팀이 승리했을 때의 기쁨이 훨씬 더 커요. 그렇게 90분간 모든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면 이긴 팀이든 진 팀이든 관계 없이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상대 선수와 진심어린 인사를 나누게 돼요. 서로 다르지만 함께 이겨내는 법, 이게 바로 축구이며 우리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 그래서인지 ‘함께’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투게더(together)’ 캠페인에 이재성 선수가 특별히 애정을 쏟고 계신데요.
축구를 하다 보면 축구장이 사실은 하나의 압축된 세계라고 느끼게 돼요.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와 닮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축구선수라는 제 일을 ‘세계와 연결되는 일’이라 여겨 왔고,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세계시민의식’이라는 말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계시민이란 말이 거창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나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레 실천하게 되는 가치일 뿐이에요. 누구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인 거죠. 이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투게더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어요. 제가 축구를 통해 느끼고 실천했던 바로 그 생각이 ‘투게더’ 정신이거든요.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여러분도 이미 모두 세계시민일 거예요.
+ 유네스코 프렌즈 활동의 일환으로 이재성 선수는 6월부터 시작된 유네스코 축구공 캠페인도 함께해주시기로 하셨어요. 끝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공존의 가치를 확산시키려는 이 여정에 참여하시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함께할 공(共)’ 자를 써서 축구공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캠페인을 제가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축구공을 차면서 ‘함께’라는 가치를 생각하게 된 제가, 축구공을 통해 그것을 널리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커요.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모두가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멀리 국경 밖에 있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에요.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의 문제일 뿐이거든요. 저는 지금까지도 그랬듯 앞으로도 축구를 통해 그 일을 자연스레 배우고 실천해 나갈 텐데요. 여러분도 동그란 축구공에 담긴 공존의 가치, 차별과 혐오 없이 모두를 둥글게 포용하는 그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저와 함께 뛰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