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요 세계 문해의 날! 📖
누구나 한번쯤 다른 언어에 매료되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여행을 하다가 들리는 낯선 말들, 번역본을 읽고 호기심이 생겨 조금 어렵지만 원문으로 정독한 소설책. 언어를 통해 새롭게 알게되는 세계는 정말 흥미롭고 신기해요. 언어를 통해 다른 문화, 다른 정체성을 알게 되고, 그게 곧 내 일부가 되기도 해요.
문해(文解)란 무엇일까요? 유네스코가 정의하는 문해력은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개인이 목표를 달성하고, 지식을 발전시키며, 사회와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인 학습 역량을 의미해요. 즉, 문해력을 갖춘다는 것은 타인의 인권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문해야말로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이라 할 수 있는 이유이지요.
어쩔 수 없이 다른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인권이기도 한 이 문해력을 누리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내 어머니와 내가 태어난 곳에서 쓰던 나의 언어를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약 7,000개의 생활 언어가 200여 개 국가에 분포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약 40%가 자신이 사용하거나 이해하는 언어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돼요.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이 10명 중 8명이 모어(母語;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익힌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학습하고 있어요.
다국어 사용이 증가한 데는 세계화, 디지털화, 사람들의 이동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 이유를 파악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어에 대한 문해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해야 해요. 이는 그들의 문해력, 즉 인권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언어의 다양성이 훼손되면 문화적 다양성도 훼손될뿐 아니라 언어 사용자들 사이에 의식적, 문화적 위계를 만들어 개인과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유네스코는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을 맞아 올해 주제를 ‘다언어 교육 증진: 상호 이해와 평화를 위한 문해’로 정했어요. 오늘날 세계적으로 다언어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문해력 교육에 있어 모어 기반의 다언어 접근법을 통해 사람들의 문해력을 강화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해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어떻게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할 수 있는지, 공동체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면 9월 9-10일 카메룬에서 열리는 세계 문해의 날 기념 글로벌 컨퍼런스를 유튜브 생중계로 시청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자리에선 유네스코가 세계 문해 증진을 위해 노력한 사람과 단체에게 수여하는 세종대왕 문해상 시상식도 함께 열릴 예정이랍니다.
세계 문해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해서 확인해주세요.
70GETHER 캘린더 세계기념일 작품 작가 인터뷰 | 윤다솜 작가 (@dasomyun_)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024년을 맞이하며 KT Y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든 세계 기념일 달력! 9월 달력의 일러스트를 ‘세계 문해의 날’을 주제로 꾸며주신 윤다솜 작가를 만나 그 작업 과정에 얽힌 이야기와 오늘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어요.
+ 안녕하세요 윤다솜 작가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윤다솜입니다. 빨간 고양이 ‘Crimson Cat’을 주인공으로 다채로운 원색과 유동적인 선을 섞어 과감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패키지, 벽화, 전시,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이번 세계기념일 작품은 책가도(冊架圖; 책과 도자기, 문방구 등을 그린 조선시대 민화의 한 종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는데요. 색감부터 책을 읽는 캐릭터들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재미가 충만했어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길 원했는지, 작품을 만들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세계 문해의 날에 시상되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세종대왕과 문해력이라는 주제가 잘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조선 후기 문(文)을 중시하는 문치정치의 표상과 같은 그림인 책가도를 활용했습니다. 책장 안에 책과 더불어 문해력과 관련된 소재인 세종대왕, 한글, 책 읽는 사람, 공부하는 손 등을 배치해 주제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저는 유네스코에 세종대왕 문해상이라는 것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그림을 보는 분들에게도 이를 알리고 함께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바랐습니다. 자료 조사와 기획은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어서 어렵지 않았는데, 메인 컬러로 지정돼 있는 ‘버건디 레드’가 평소에 잘 사용하던 색이 아니어서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조화로운 컬러칩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 세계 문해의 날을 맞이해서 책을 한번 읽어볼까 고민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혹시 최근 인상깊게 읽었거나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부터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책 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과 저자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데요. 이야기가 점차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드러나고 제목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말에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촘촘한 구조가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평소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과학 에세이와 소설이 복합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추리 소설을 뛰어넘는 반전과 쾌감을 주는 작품이어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마술 피리』(시공사)의 표지 작업을 맡으면서 찬호 께이 작가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그의 다른 작품인 『13.67』도 최근에 읽어보았는데 홍콩 드라마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 문해(literacy)는 단순히 글을 안다는 것을 넘어 더 넓은 지식, 기술, 가치, 태도, 행동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아우르는 말인데, 형태는 다르지만 그림 역시 그러한 새로운 지식 또는 세상과 접하는 창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님께 문해란 어떤 의미일까요? 혹시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을 기념해 하고 싶은 행동이 있을까요?
저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지 내면의 세계를 파헤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제가 본 세상 밖에서 그림을 봐주시는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세상을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저는 원래 외부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만약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더라면 무심했을 세상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는 매개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림과 문해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또한 그림은 문자가 등장하기 이전에 사람들이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던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에는 개운하게 씻은 뒤, 커피와 디저트를 준비해놓고 고양이들과 편한 의자에 앉아서 벼르고 있었던 구병모 작가의 『파과』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 여러 작품에서 다채로운 색과 유동적인 선을 과감하게 섞은 일러스트가 돋보여요. 이번 캘린더를 통해 ‘윤다솜’이라는 작가에게 흥미를 갖게 된 독자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은 다른 작품 한두 개만 소개해 주시겠어요?
우선 첫번째로 한복 생활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주년을 맞이해 문화재청과 함께 진행했던 기념 일러스트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한국적인 소재를 제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즐겁게 작업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전체적인 구조는 조선시대 인문보자기 형태에서 영감을 받고 그 틀 안에 한복과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넣어 보았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현대 문물과 한복이 어우러진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더 익살스러운 그림이 나온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찌끄레기’는 개인 프로젝트인데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 스스로 이를 타파해 보고자 여러가지 시도를 해본 작품이라 저에게는 의미가 있어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러프스케치는 손으로 그리지만, 그 뒤 작업은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도형툴과 펜툴로 작업하기 때문에 자칫 형태가 딱딱하고 재미없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형태를 찾고 유려하고 흥미로운 선을 사용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검고 굵은 라인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그림이 어두워지거나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 같고, 한 그림 안에 사용되는 라인 굵기는 무조건 똑같이 맞춰야 한다는 강박적인 규칙이 있었는데 이 그림을 그리며 그런 걱정과 강박을 내려놓고, 고민을 해결하게 되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 뉴욕의 한식당부터 일본 잡지, MBC 등 정말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셨던데요. 다른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작가님만의 특색을 입힌 작품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기억에 남는 콜라보가 있나요?
2022년에 구글과 함께 했던 추석 기념 구글 두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일러스트 작업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일을 하게 된 과정이 뿌듯했기 때문인데요. 일단 내가 생각한 구글 두들 그림을 그리고 ‘제가 이런 주제로 이러한 작업을 했으니 한번 봐주세요’라는 내용과 함께 구글 두들에 이메일을 보냈는데요. 몇 달 뒤 함께 일하고 싶다고 연락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사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려면 자기 PR도 굉장히 중요한데 어쩌다보니 의도했던 것만큼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했는데요. 그런 와중에 제가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연결이 된 경우라 특별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제가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부터 ‘내 그림이 저기에 있으면 좋겠다’ 했던 자리에 제 그림이 들어가고 주변에서도 많이 좋아해 줘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끝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70주년 축하 한마디 해주세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는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몰랐었는데 뜻깊은 시기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흉흉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는 요즘 같은 세상에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창립 70주년 정말 축하드리고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글 편집 및 인터뷰 정리: 최연수 전문관
Quiz. 다음달에 만나볼 세계기념일은?(힌트: 💻) *정답은 아래 그림을 눌러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