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호] 꾸리에
2015년 유엔은 세계 각지에서 분쟁중 일어나는 성폭력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해 매년 6월19일을 ‘분쟁중 성폭력 척결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Sexual Violence in Conflict)로 지정했다.그 1주년이 되던 지난해 6월, <유네스코 꾸리에>는 유네스코가 공동 주최하는 ‘알프레드 프리드 포토그래피 어워드’(Alfred Fried Photography Award)의 수상작을 소개하며 이 날을 기념했다. 이 상은 매년 ‘평화’를 주제로 한 출품작 중 가장 우수한 사진들을 선정·시상한다.
<유네스코 꾸리에>가 소개한 벨기에 사진작가 파트리샤 윌로크의 2015년 수상작과 더불어, 미국의 조너선 바흐만이 출품한 지난해 수상작 한 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몇 년간 전쟁 수행 무기의 일환으로 성폭력과 범죄가 반복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여성과 아이들의 피해는 특히 처참했다. 그 ‘지옥도’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이제 차츰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벨기에 출신 사진작가 파트리샤 윌로크(Patricia Willocq)는 이곳에서 성폭력으로 인해 태어난 여성인 에스더의 삶 순간 순간을 시리즈로 카메라에 담았다. 끔찍한 범죄로 인해 세상에 태어났지만, 에스더는 배우고 자라고 결혼해 엄마가 되었다. 폭력의 희생자가 아닌 건강한 자유인으로서 굳세게 성장한 한 여성의 모습은 그 자체로 여러가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파트리샤 윌로크는 유난히 돋보이는 원색 드레스를 차려입은 에스더와 과거 폭력의 가해자이기도 했던 총 든 남성들이 경례하는 모습을 대비시키며, 그저 ‘피해자’로 남기를 거부한 에스더의 주체적 삶을 묘사한다. 스스로 개척해 낸 삶 속에서 에스더는 더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생존자이자 가장 아름다운 한 사람의 여성이다.
지난 2016년,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배턴루지(Baton Rouge)에서는 경찰의 과잉 총격으로 사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기리는 집회가 열렸다. 섭씨 38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서 중무장 경찰대는 시위 군중에게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앞을 한 여성이 막아섰다. 하늘거리는 여름 드레스를 걸치고 아무런 방어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였다. 표정은 더없이 평화로웠지만, 그 속에서 용기를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이샤 에반스(Ieshia Evans)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간호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다. 사진작가 조너선 바흐만(Jonathan Bachman)이 찍은 아이샤 모습은 이내 오늘날 ‘폭력의 시대’에 더욱 귀해진 도덕적 용기와 자존감(moral courage and pride)을 상징하는 장면이 되었다. 이 사진은 폭력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폭력과 전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믿는 몇몇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일 뿐이라 이야기한다.
번역 및 구성: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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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unesco.org/courier/2017-april-june/look-me-i-am-beautiful
수상작 홈페이지: friedawar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