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2018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 일본교직원 한국방문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49명의 일본 방한단 단장으로 참여한 이이 나오히로(伊井直比呂) 유네스코학교네트워크 오사카협의회 사무국장이 6박 7일 간의 방한기를 보내왔다.
‘한일교사대화 일본교직원 한국방문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본 교직원들이 정원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과의 교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일교사대화 일본교직원 한국방문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지난 2005년, 저는 교사 신분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란 세월이 지나 다시 찾은 한국에서 저는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한국 교육의 내실이 무척 탄탄해져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교육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도 크게 변했음을 느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학교들은 저마다 우수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교육에 대한 시각이 학교 중심에서 학습 주체인 학생 중심으로 크게 전환되었음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명문화된 ‘평준화’ 정책이나 ‘자유학기제’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정신에서 저는 한국의 교육이 일관되게 학습자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이 전 세계에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과 세계시민교육(GCED)을 구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교육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해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향점이 그저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항목을 실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 본래 목적인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미래를 만드는 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개인 스스로가 사회를 구성하는 소중한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지닐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이번에 방문했던 학교들이 모두 그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예컨대 정원여자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춤을 통해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갈등을 그려 내던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갈등을 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노력할 때, 인간과 사회는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유네스코학교에서 펼쳐지는 이같은 구체적인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평화에 대한 범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육환경 면에서는 학습자 맞춤형 학력 향상 프로그램, 학교 별 상담교사 배치, 도서실 휴식 공간, 장애 학생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시설 등,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져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교육은 저마다 풀어야 할 과제나 현실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주체가 되는 교육인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한국 교육의 신념 중 일부를 접할 수 있었던 점이 무척 기뻤고, 동시에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방문했던 학교의 모든 교직원들, 그리고 가정방문 프로그램으로 찾았던 가정의 모든 가족들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환대를 베풀어 주었습니다. 그분들의 진심 어린 배려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을 통해 저는 교육제도나 내용뿐만 아니라, 국가와 시대를 초월한 ‘참된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행동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문화유적지 탐방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생명을 영위하며 역사를 만들어 온 흔적인 이들 유적과 유물을 성심을 다해 설명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교육에 종사하는 자의 참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었습니다. 배움이란 역사적 유적이나 유물, 제도 등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 을 통해서 보다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은 것입니다. 이는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어온 한국과 일본 양국 간 교직원 교류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하고 서로에게서 배움으로써, 변치 않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소중한 관계를 쌓는 토대를 조금씩 만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함께 가꿔나갈 미래 역시 이러한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이라고도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교육부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각 학교 관계자 및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 여러분 덕분에 이처럼 내실 있는 프로그램 연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이 나오히로 오사카부립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