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 결산
정전 70주년을 맞아 교육부가 주최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관한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이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됐다.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후손들을 포함한 전 세계와 한국의 청년들이 전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본 3개월 여의 여정이 이로써 마무리됐다.
2023 글로벌 청년 포럼 참가자들의 조별 연구 결과물 핵심 제안 내용
1조(교육) 역사에 따라 변화하는 평화의 개념, 남북 평화교육의 차이 및 국제기구의 역할을 검토하고 그 한계를 지적했으며, 평화교육의 중요성 강조
2조(문화) 전쟁과 평화를 다룬 영화의 가치를 강조하며 평화와 관련된 미디어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서 온라인 플랫폼 ‘MOOVEX’를 제안
3조(과학기술) 평화 구축과 과학기술 발전이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했으며, 한국에서 과학기술 기반 평화 구축의 어려움과 해결책을 제시
4조(사람) 6·25전쟁으로 고통받은 고아를 포함한 아이들과 이산가족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전쟁이 사람들에게 야기하는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청년이 해야 할 역할 논의
5조(미디어정보리터러시) 6·25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의 미디어 특징과 내용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했으며, 평화구축에 있어 미디어정보리터러시의 중요성 강조
6조(환경과 기후변화) 시리아, 대한민국, 미국, 에티오피아의 사례를 기반으로 전쟁과 기후변화의 상호연관성을 드러냄
7조(국제기구)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운영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의 전후 재건 시기 국제기구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검토
8조(군사주의) 한국의 군사주의, 징병제, 평화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했으며, 한국청년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맥락에서의 평화에 대한 논의 전개
유네스코는 청년을 “실질적인 변화의 주체이자(change-makers), 필요한 지식의 보유자(knowledge-holders), 그리고 대등한 파트너(partners)”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2022-2029 유네스코 중기 전략(41/C4)에서 밝힌 내용으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유네스코는 청년을 중심에 둔 다양한 전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 역시 마찬가지다. 유엔의 청년 전략인 ‘Youth 2030: Working with and for Young People’에 의하면, 유엔은 청년을 “변화의 주체(agents of change)”로 인식하면서 그 비전을 제시하고, 평화와 안보 분야를 우선 과제로 선정해 청년들의 긍정적인 기여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6·25전쟁 종전 7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러한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청년상과 유엔 청년 전략의 우선 과제를 실현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평화를 위한 작은 걸음’으로서의 정전의 의미를 탐색해 보고자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을 개최했다.
지식 보유자로서의 청년
이번 포럼이 여타 행사와 차별되는 부분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수 개월에 걸쳐 청년 참가자들과 멘토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쟁을 넘어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논의해 보았다는 점이다. 청년 참가자들을 5월부터 교육, 문화, 과학기술, 사람, 문화, 환경, 국제기구, 군사주의 등 8개 조로 나뉘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며 정전의 의미, 6.25 전쟁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 지속가능한 평화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사전 활동을 펼쳤다.
구체적으로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지식을 쌓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먼저 자문위원 및 전문가들이 제공한 세 차례의 총론 강의를 수강하고, 공통 참고문헌 자료를 통해 역사적·정치적·사회문화적으로 6·25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한국전쟁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판단 ▲정전 협정과 전후 한국의 상황 ▲이 시대의 과제로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주제로 삼은 총론 강의는 한국인 학생에게는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우리의 역사를 세계 평화의 화두로서 재평가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며, 참전용사의 후손을 포함한 외국인 참가자들에게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 학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학술적·역사적인 이해를 넘어 현장에서 전쟁과 평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기회도 있었다. 온라인상에서의 만남과 논의를 거쳐 지난 7월 26일 한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참전용사의 생생한 경험담과 생각을 접할 수 있었던 토크에 참석했고, 이튿날에는 오산 유엔군 초전 기념관을 방문했다. 3일차에는 전후 평화 구축과 관련한 전문가의 패널 토크 등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전쟁과 평화를 실질적으로 학습해 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 모든 공부와 경험을 한 데 모아 조별 프로젝트 내용을 가다듬으면서 지식보유자로서 청년의 역할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자문위원과의 수 차례에 걸친 온라인 화상회의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진행한 조별 학술 연구는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조별 결과물을 기반으로 청년들은 ‘청년의 마음에 평화를: 전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평화로’라는 이름의 청년 선언문을 채택함으로써 평화의 주체로서 전 세계 청년들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더불어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전쟁과 평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과 공동 학술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고 밝히며, 지식 보유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새로운 지식 창조자로서의 청년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동반자이자 변화의 주체로서의 청년
청년 참가자들은 이번 포럼 중 가장 의미있는 요소로 청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꼽았다. 특히 사전활동을 통해 쌓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지식을 나누고 협력하여 함께 행동할 수 있는 파트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참가자는 “진정한 파트너십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면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청년이 앞장서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운영요원으로 참여한 한 참가자는 “청년들 간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유네스코와 협력함으로써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포럼은 유네스코와 청년 간의 긍정적인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계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포럼을 개최하여 상호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켜 평화의 담론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제안한 참가자도 있는 등, 청년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전쟁과 평화에 대한 지식을 쌓고, 함께 변화를 이뤄나갈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았다. 청년들은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자가 청년”이기에, “평화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주체도 청년”이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전쟁과 평화는 거창하고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은 평범한 일상 속 오해와 편견을 통해서도 시작될 수 있으며, 평화 역시 서로 대화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 핵심”임을 깨달았다고도 전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청년들이 지속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행동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지를 담은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 선언’을 마련했다.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학습과 활동을 통해 ▲유네스코의 청년안보와 평화를 학문적으로 논의하고 탐구하는 지식 보유자로서의 청년 ▲지속가능한 평화를 같이 만들어 갈 파트너로서의 청년 ▲실질적인 변화를 함께 일으킬 수 있는 변화의 주체로서의 청년의 면면을 보여주었던 참가자들은 이제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를 탐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정전 70주년을 넘어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적에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이뤄지는 날까지, 청년들의 주체적인 대화와 행동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우리 청년들은 전쟁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하여 사람을 중심으로 한 평화교육 증진과 과학기술 협력은 물론, 소셜미디어 상의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장려를 통해 허위 정보에 대항하고 ‘영화’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평화 구축을 제안합니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책 제시와 경제 활성화 및 국제원조를 위한 국제기구 간 영향력 강화를 선언합니다” —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 청년 선언문 중
유엔군 초전 기념관에서 헌화하는 청년 참가자
간승희 네트워크사업실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