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천년 고도이자, 식민 지배와 전쟁 등을 겪으며 동서양이 어우러진 다양한 문화를 꽃피워 ‘아시아의 파리’로 불리는 하노이는 7월 첫째 주 내내 분주했다. 전 세계 정책 입안자, 교사 및 교육가, 연구자, 실천가, NGO 및 민간·기업 분야 관계자 등 300여 명이 하노이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7월 2-3일에 열린 ‘2019 유네스코 ESD-GCED 국제포럼’과 7월 4-5일에 열린 ‘제4차 ESD 국제 실천 프로그램 핵심 파트너 회의’(이하 GAP 파트너 회의)에 참석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뜻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실천’으로 이어질 통합적 교육을 고민한 ESD-GCED 국제포럼
2013년부터 2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는 ESD-GCED 국제포럼의 올해 주제는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학습 및 교수: 유아기부터 초‧중등교육까지’였다. 이번 포럼의 전반적인 내용은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과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의 3가지 학습 영역(인지적 영역, 사회‧정서적 영역, 실천적 영역)을 교육단계별(초등 이전, 초등, 중등, 고등)로 반영하고자 유네스코 본부가 마련한 연구보고서인 「ESD and GCED Up Close」의 가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함께 이번 보고서의 조사 대상국인 전 세계 10개국(대륙별 2개국)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상국으로 선정되어, 관련 분야에 대한 한국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ESD-GCED 국제포럼은 ESD와 GCED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첫 포럼으로, 교육단계별로 두 교육이 진정한 ‘앎’에서 ‘공감’과 ‘실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포럼에서 선보인 10개국 대상 연구보고서 결과와 더불어 포럼 기간 동안 논의된 내용은 향후 SDG 4.71)의 달성을 위해 지역 및 국가별로 필요한 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하지만 ESD와 GCED의 개념이 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모호하게 여겨진다는 점, 교육 전반에서 ESD보다 GCED에 편중되는 현상이 포럼 내용 구성에서도 드러난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한 각 지역 및 국가별로 교육단계별 3가지 학습 영역을 구성할 때 국내 ESD 및 GCED 현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우리에게 보다 필요하고 효율적인 교육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중장기 계획에 대한 논의 이어진 GAP 파트너 회의
GAP 파트너 회의는 ESD의 실천에 있어 ‘끝’이자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논의의 장이었다. 올해는 국제사회가 고안한 ESD 5개년 실천 프로그램인 GAP(Global Action Programme on ESD, 2015-2019년)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차기 ESD 10개년 실천 프로그램인 ‘ESD for 2030’(2020-2030년)을 준비해야 하는 과도기다.
지난 4년간의 GAP 이행 현황에 대한 유네스코 분석 결과, 10개 지표들 중 ‘청소년’과 관련된 1개 지표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에서 기존 목표치를 웃도는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프로그램인 ‘ESD for 2030’의 경우 GAP의 5가지 실천 영역을 유지하면서, 회원국별로 자국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와 연계·협력해 국가 단위의 이니셔티브를 구축해 향후 10년간 ESD 활동을 추진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전 세계에서 선발된 유관 분야 파트너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2년 단위로 ESD 이행 현황을 점검하는 네트워크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ESD 분야 전문위원회인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한국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내 ESD 사업 및 활동을 추진해온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향후 ESD를 위해 어떠한 역할과 임무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고, 이를 위한 중장기적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우리가 그릴 청사진을 고민할 시점
이밖에도 ESD-GCED 국제포럼과 GAP 파트너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첨단기술’(AI, 디지털 격차, 미디어 리터러시 등), ‘탈진실’(가짜 뉴스, 정부 불신, 음모론 등) 등의 범세계적 이슈도 눈여겨볼 만했다. 이러한 최신 도전과제들을 파악하여 향후 ESD와 GCED의 효과적인 달성을 위해 이 사안들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들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ESD for 2030’의 공식 출범과 SDG 4.7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2020년 베를린 국제회의, 2021년 유네스코 ESD-GCED 국제포럼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따로 또 같이’ 나아가야 할 ESD와 GCED를 위해 한국이 그려야 할 청사진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오혜재 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