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브릿지 컨퍼런스
2021 개발협력주간을 맞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비형식교육의 현재와 미래-코로나 환경 하 취약계층 교육권 강화를 위한 비형식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틀에 걸쳐 2021 브릿지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해당 컨퍼런스에서 ‘비형식교육의 지속가능한 거버넌스’로 발제를 맡은 가천대학교 채재은 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학령기에 공교육의 혜택을 미처 받지 못한 소외계층에게 비형식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들에게 비형식교육은 학령기에 비자발적으로 떠나버린 교육체제와 다시 연결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무형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비형식교육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각국의 교육여건과 행정시스템을 반영한 ‘비형식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방적인 정부 주도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와 민간 기관, 시민사회 등과 같은 다양한 주체들의 파트너십에 기반한 정책 결정방식인 거버넌스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공기관보다 시민단체에 의해서 발전해 온 비형식교육에 관한 정책결정에 부합하는 추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파트너십에 기반한 거버넌스가 구축될 때,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온 비형식교육의 다양성, 지역성, 특수성 등을 살리면서 그 영역과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발전해 온 한국의 비형식교육 거버넌스는 ▲국가 차원과 지역 차원의 거버넌스의 긴밀한 연계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민관 파트너십에 기반해 운영되는 협치형 거버넌스 구축·운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단위에서 비형식 거버넌스 운영의 핵심 주체로서의 역할 담당 ▲지역 여건과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평생교육 모델 개발 ▲평생교육 정책 수립 및 실행 지원을 위한 교육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전문기관 설립·운영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비형식교육 거버넌스는 평생교육의 확대나 질적 수준 제고 면에서 여러 강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한계도 가지고 있다. 그 한계는 ▲지자체별 재정 격차 확대에 따른 평생교육의 지역적 양극화 심화 ▲공공기관 주도 평생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민간 주도의 평생교육 역할 약화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와 직업교육훈련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간의 효율적인 역할분담 미흡 등이다. 이와 같은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브릿지 사업 파트너 국가들이 비형식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 교육 거버넌스에 비형식교육을 포함시켜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초·중등 교육의 보편화 과제가 미달성된 국가들의 경우 초·중등교육에 정부 지원을 집중하면서 비형식교육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교육정책 추진기구에 비형식교육 담당 부서 및 관련 위원회와 기관 등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주기적으로 비형식교육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서 비형식교육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기관이 설치 운영될 때, 정부 차원의 비형식교육 정책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비형식교육의 잠재적 대상자들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역정부 등을 비형식교육 거버넌스의 중추적인 기관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지역주민 생활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비형식교육 거버넌스에 포함됨으로써 비형식교육이 단기간에 활성화될 수 있었다.
셋째, 비형식교육의 자발성, 다양성, 연계성 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비형식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형식교육의 자발성, 다양성 등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추진에 있어서 민간 전문가와 관련 단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이들이 참여함으로써 중앙 또는 지방 정부 주도의 비형식교육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문제들(현장감이 결여된 교육, 지역교육 요구와 괴리된 비형식 교육 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비형식교육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모두 고려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비형식교육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비형식교육 정책 개발과 실행 면에서 역할 분담 외에 ‘재원 조달 전략’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지방세를 징수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비형식교육 거버넌스의 주요 구성요소로 포함시켰고, 그에 따라 비형식교육 예산도 점차 증대하고 있다. 그리고 비형식교육의 확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비형식교육에 대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을 설치해 급속한 사회변화에 대응한 비형식교육 방향을 세워갈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형식교육 거버넌스의 구축 및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초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처럼 비형식교육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기존의 교육법 안에 비형식교육 거버넌스에 관한 근거 법령을 마련하거나, 한국처럼 별도의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비형식교육 거버넌스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조직, 인력, 예산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며, 더 나아가 미래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비형식교육 거버넌스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채재은 가천대학교 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