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TV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송태진 작가가 현지에서의 경험담을 담아 출간한 『아프리카, 좋으니까』의 판매 수익금을 지난 5월 28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아시아·아프리카 교육 지원 사업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송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글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한번쯤, 괜히, 그냥 평소에 하지 않던 뭔가를 해보고 싶을 때 말이죠. 군대를 막 전역하고 까까머리가 살짝 덥수룩해질 무렵의 제가 그랬습니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으로 인생의 밭고랑을 깊이 갈고 싶었습니다. 2008년, 그렇게 저는 해외봉사단원이 되어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어두운 베일에 가려진 그 땅에서 겪게 될 적잖은 시련을 넘어서면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파견된 나라는 동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룬디였습니다. 부룬디는 당시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이 450달러에 불과해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도 최빈국에 속했습니다. 내전의 여파로 산업 시설은 파괴되었고 정치는 불안정해 밀림에서 반군이 출몰하곤 했습니다. 가난에 찌든 도시에 사는 국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방황했습니다. 당시 24살 청년이던 저는 부유한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부룬디의 현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아프리카에서의 삶. 저는 봉사단원으로서 미약하게나마 그들을 도우며 1년을 보냈습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현지인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노래하고 춤추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제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부시맨’ 같은 우스꽝스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사연과 이야기가 있었고 희로애락과 꿈이 있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한국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지만 어려움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여유 있는 삶을 사는 탁월한 지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른 어느 대륙보다 빨리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치타 같은 젊은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프리카의 생명력과 다양성, 긍정의 힘에 매료되었습니다. 해외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저는 더 자세히 아프리카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알려진 아프리카는 대부분 그들의 고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얼마나 더 가난한가, 그들을 왜 도와야 하는가, 그들이 이토록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자료들은 넘쳐났습니다. 반면 아프리카의 긍정적인 면은 일부 자연경관에 대한 소개 이외에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슬픈 아프리카 대신 멋지고 힘찬 아프리카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쪽으로 편향되어 알려진 아프리카의 모습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2015년부터 아프리카 케냐 현지 TV 방송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자로서, PD로서, 현지에서 특별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프리카를 소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았고 마침내 2019년 『아프리카, 좋으니까』라는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가 가진 멋진 모습을 담아낸 이 책은 우리가 다른 문화를 바라볼 때 흔히 갖게 되는 편향된 고정관념을 조금이나마 바꾸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출판을 기획할 때부터 저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아프리카와의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수익금을 아프리카를 위해 일하는 곳에 기부한다면 책을 구입한 독자들께서 아프리카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습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교육문화사업을 위해 일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책의 수익금을 기부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단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역동성은 오늘날 한국이 겪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 소통의 부재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해묵은 프레임을 벗어나 다양한 방향에서 아프리카를 보게 된다면 우리들의 호기심은 깊이 있는 공감과 포용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선한 마음에 그들을 이해하려는 작은 배려까지 더하면 우리 국민들의 세계시민의식은 더욱 성숙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변화에 저의 책과 기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송태진 『아프리카, 좋으니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