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교직원 온라인 초청 프로그램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7일까지 대한민국 교육부와 일본 문부과학성의 협력하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일본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ACCU)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1 한국교직원 온라인 초청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한일교사대화가 온라인 초청 프로그램으로 대체됐지만, 비대면 만남에서도 참가자들은 양국 교류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가 시작한 지 20년을 맞이한 올해, ‘2021 한국교직원 온라인 초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나는 지난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이듬해인 2012년 1월에 지진 피해 지역인 미야기현 게센누마(氣仙沼)시에 있는 고하라기(小原木) 중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게센누마시는 동일본 지진과 더불어 닥친 쓰나미 때문에 1000여 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난 곳이었다. 이 재난으로부터 1년 후, 우리 일행이 방문했을 당시에도 그곳의 많은 사람은 임시 가옥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러한 슬픔과 어려움 속에서도 고하라기 중학교 학생들은 한국에서 온 30여 명의 우리 교직원들을 지역 전통춤을 추면서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 순간 가슴이 울컥하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고,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 감동의 순간을 생생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감동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어느덧 한일교사대화 20년을 맞이했지만, 코로나19라는 큰 어려움은 한국과 일본의 교직원들이 직접 만나는 대신 온라인으로 교류를 이어가도록 만들었다. 온라인으로 나를 맞아 줄 학교는 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에 있는 우에다(上田) 고등학교였다. 나는 먼저 이 학교를 일본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하여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보았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대단함이 절로 느껴졌다. 이 학교는 1583년 이 지역 다이묘인 사나다 마사유키(眞田昌幸)가 세운 성 안에 있었는데, 특히 교문은 1790년에 세운 성문을 교문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전통과 옛것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12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에 대한 이 학교의 자부심은 보통이 아니며, 지난 2015년에는 일본 전역에서 12개교만 뽑는 ‘슈퍼 글로벌 하이스쿨’에도 선정되었다고 한다. 학교의 교육과정표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또 다른 것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 학교의 교육이 전일제(全日制)와 정시제(定時制)로 이원화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는 것도 유추해볼 수 있었다.
이러한 ‘예습’을 거쳐 맞은 1월 26일. 드디어 기대와 함께 긴장의 순간이 시작됐다. 우리는 약 3시간에 걸쳐 우에다 고등학교 학생 및 교사와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다. 우에다 고교생들과의 대화에서는 일본 학생 역시 우리 학생들과 똑같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일요일에 학교에 나와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해 별 불만이 없느냐’라는 질문을 했고, 대답을 한 학생은 일본 교사들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후 일본 교사와의 대화 시간에 나는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자신의 행복과 함께 남의 행복을 위하여 공헌하는 데 힘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우에다 고등학교의 교육 목표 항목을 언급하며, 1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배출한 수많은 졸업생들 중에서 이 목표대로 살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 누구인지를 질문해 보았다. 어쩌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었을 이 질문에 답을 해 준 사람은 바로 히로타 마사히코(廣田昌彦) 교장이었다. 히로타 교장선생님이 언급한 사람은 바로 일본에서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앞장서서 일하고 있는 졸업생이었다.
일련의 교류 활동을 마치고 2월 7일에 진행된 폐회식에서는 내가 가보지 못한 다른 일본 학교들의 이야기를 접했고, 양국의 실제적인 교류의 필요성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한일교사대화 온라인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한일 양국은 절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긴밀한 관계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독도와 위안부, 그리고 경제 전쟁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을 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계가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전례 없는 한일 갈등이라는 악재 속에 진행된 이번 행사는 비록 화상 대화였음에도 ‘진심은 통한다’라는 명제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더불어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병호 전주신흥고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