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최근까지 진행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관련 논의를 정리하고 교육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이하 MIL) 콘퍼런스를 연다면 어떤 주제를 다뤄야 할까? 올해 핀란드, 중국, 스웨덴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린 MIL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해 다양한 교육자, 활동가, 정책수립가 및 연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사회적 필요성과 목표를 논의하는 일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나름의 기대를 안고 지난해 11월 28~29일 서울에서 열린 ‘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콘퍼런스는 전체적으로 원활하고 전문적으로 진행되었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진지함이 돋보였다. 7개나 되는 기관이 공동 주최하고 3개 정부 부처가 후원하는 행사임에도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보수적이지 않았다. 기조 강연부터 워크숍에 이르는 프로그램들이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행사 주제를 잘 엮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첫날 기조 강연자인 줄리안 세프톤-그린 호주 디킨대학교 교수의 메시지는 시의적절했다. 그는 우리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차원에서 MIL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를 핵심적인 표현과 배경으로 강조했다. 또한 세프톤-그린 교수는 페이스북의 사용자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빼돌려 선거에 영향을 미친 케임브리지 아날리티카(Cambridge Analytica)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디지털 기술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회생활 전반에 필요한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데 교육 목표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진정한 비판적 이해는 공론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며, 이런 담론 또한 사회적으로 더 넓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강연 이후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해외 사례와 국내 현황을 통해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MIL’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캐나다 미디어 스마트의 성과는 시민사회와 공교육 간 협업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인상적이었고,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노력은 미디어를 활용한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캠페인이 어떻게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노인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짚어낸 서강대 조재희 교수의 발표 및 교사와 활동가가 소개한 MIL 교육 우수사례는 ‘평생 교육의 측면에서 MIL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서울여자대학교 안정임 교수의 제언과 맥락이 닿아 있었다.
이런 메시지를 곱씹으며 프로그램을 참관해 보니, 그간 한국의 교육자와 활동가들이 노력해 온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정부 산하 기관에서 제공하는 각종 미디어 교육의 상당수는 여전히 영상 제작을 포함한 기술적 역량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허위 정보’ 혹은 ‘가짜 뉴스’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팩트체크’와 같은 방법론을 교육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체계적으로 이를 배우고 활용하기까지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분과 세션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와 유튜브 등이 언급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 이해보다는 미디어의 산업적·문화적 가능성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계가 더 큰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회 전반의 협력이 이루어질 때 MIL은 세계 시민의 필수 역량일 뿐만 아니라 ‘권리’라는 인식을 더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콘퍼런스 말미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20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MIL 콘퍼런스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을 보면서 올 한 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또 어떤 실천과 경험을 쌓게 될지 궁금해졌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이야기한 대로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미디어 교육’은 개인과 단체가 각기 사회적 목표를 바탕에 두고 구체적인 대상을 바라볼 때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서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 전 세계 곳곳에서 고민하는 MIL 교육의 방법과 내용에도 좋은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협력은 늘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노력과 과정에서 우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최원석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 미디어 교육 석사 과정, 전 Y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