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포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한국공학교육학회,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SDGs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포럼’(이하 SDGs 포럼)이 10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한국경제신문이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ESG 포럼’과 연계해 진행된 이번 포럼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성공적인 달성에 있어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마련됐다.
이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즉 환경·사회·투명 경영의 줄임말) 없는 기업 경영은 ‘팥 없는 팥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속가능한 경영은 이 시대 기업들의 최대 화두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비교적 최근에 ESG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가고 있지만, ESG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2000-2015년) 달성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을 기울이던 2000년대 중반에 이미 등장했다. ESG는 전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이 투자 결정에서 고려할 책임투자 원칙을 제시하는 유엔 보고서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특히, ESG와 SDGs가 같은 뿌리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성평등(SDG5),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SDG8),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SDG12), 기후변화 대응(SDG13) 등의 목표에서 ESG는 SDGs와 매우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국제사회는 SDGs의 이행 수단이자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서 과학기술혁신 확산을 위한 정책 수립과 국제 협력에 주력해 왔다. 유네스코 또한 유엔 기구들 중 유일하게 과학 분야를 담당하는 기구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그 혜택의 공정한 분배를 촉구해 오고 있다. SDGs의 달성 기한이 이제 10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그 달성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주도로 활성화된 ESG에 비해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그간 SDGs에 대한 관심과 논의 자체가 부족했다. 이러한 점에서 ‘SDGs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ESG와 SDGs의 세부 주제별로 포럼이 진행되기에 앞서 열린 통합세션에서는 SDGs 채택 당시 유엔을 이끌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마틴 로센 댄포스 지속가능경영 총괄대표가 각각 SDGs와 ESG를 위한 기조강연을 맡았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재임기간에 채택한 SDGs를 “가장 야심 차고, 실현가능하며, 희망을 가진 성과”라고 표현하면서,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소비도 충분히 고려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개념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동시에 SDGs에 대한 국내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문제로 인해 SDGs의 달성이 쉽지 않게 된 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반 전 총장은 SDGs를 통해 기존 개발도상국 중심의 MDGs가 모두를 위한 목표로 발전됐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 세션 이후 진행된 SDGs 포럼에서는 교육, 에너지, 도시, 녹색기술, 경영의 다섯 가지 분과별 세션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과학기술의 지속가능한 연계 및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 보았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분과별 발제를 맡았고, 이를 토대로 전문가와 관계자 간의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이 자리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각기 SDGs와 자신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체감하고, 과학기술이 SDGs 달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인 경험과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더 큰 호응과 열띤 관심을 이끌어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피에르 퀴리는 “인간은 새로운 발명으로 ‘악’보다는 ‘선’을 도출해낸다고 나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과학기술은 현 세대가 미래 세대의 자산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 긴요한 도구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을 때 과학기술은 비로소 ‘SDGs 달성의 미래’임을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혜재 과학청년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