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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특집 / 지킬 것 있는 자, 어둠이 아닌 빛을 지켜라
작성일 2017.10.27
담당부서 커뮤니케이션팀 분류 기획

[737] 특집

지킬 것 있는 자, 어둠이 아닌 빛을 지켜라

 

 

통계에 잡히지 않고 추적도 불가능한 다크넷(dark net)은 수많은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억압받는 시민의 소중한 빚줄기가 되기도 하는양날의 검이다. 이 양날의 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두고 전 세계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세상의 많은 일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 뒤에서 돌아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비중이 더 큰 법이다. 21세기 정보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인터넷 세상도 다르지 않다. 인터넷에는 누구나 검색엔진을 통해 찾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보다 특정 이용자에게만 보이는 정보가 훨씬 많다. 말하자면 바다 위 빙산의 모습과 비슷하다. 빙산에서 수면 위에 보이는 부분처럼 대중이 웹상에서 접근 가능한 정보를 서피스웹(surface web)이라 하고,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부분과 같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딥웹(Deep Web)이라 부른다. 딥웹이 서피스웹에 비해 얼마나 더 큰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숨겨진 정보이므로 통계로도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2001년 미국의 UC버클리대 연구진은 당시 인터넷상 딥웹의 정보량을 7.5페타바이트(Peta Byte, 1 페타바이트=1000조 바이트)로 추정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딥웹은 현재 전 세계 웹상에 존재하는 정보 총량의 약 9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딥웹을 구성하는 정보는 방대하다. 국세청이나 병원, 보험회사 등의 서버에 보관된 개인정보에서부터 군사기밀, 개인 이메일, 민간기업의 운영 및 기술정보, 영화나 방송사 서버에 보관된 다양한 형태의 유료 콘텐츠 등이며, 이러한 정보는 검색엔진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합법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딥웹에 담긴 데이터 중에는 상세한 인터넷 트래픽(정보 전송 경로와 전송량)은 커녕 제한된 정보를 통한 추정치조차도 쉽게 알 수 없는 숨어 있는 정보가 있다. 바로 다크웹(dark web)과 다크웹상의 정보가 유통되는 다크넷(dark net)이다.

 

 

시작은다크하지 않았지만

다크넷은 외부로부터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로 정보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네트워크다. 따라서 (이용자의 추적이 가능한) 일반적인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는 접근할 수 없고, 익명성을 보장하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야만 접근 가능하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가토르’(Tor). 토르는 지난 2004년 미 해군연구소에서 개발한 공개 소프트웨어로, 이용자의 트래픽을 암호화된 가상의 회로로 전 세계 수많은 서버(노드)로 분산해 외부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토르는 애초 군사 정보 기관의 은밀한 정보 수집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다. 무엇이든기밀로 취급하기 좋아하는 미군 정보당국이 이를 공개 소프트웨어로 만든 이유는 트래픽을 수많은 경로로 분산해 추적 방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토르가 전 세계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컴퓨터에 설치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정보 기관에게만 유익한 도구가 아니라는 게 증명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추적당하는 것을 군 정보요원보다도 더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토르의 등장은 축복이었다. 마약과 무기 밀매, 아동포르노 유통, 테러 모의, 청부살인까지, 토르가 열어젖힌 다크넷의 세상은 전 세계 범죄자들에게 안전한 은신처이자 거래처가 됐다. 지난 2013년 미연방수사국(FBI)에 검거돼 종신형을 선고받은 로스 울브리히트가 개설한 마약밀거래 사이트실크로드가 대표적 사례다. 사이트의 규모나 마약 구매의 편리성(?)으로 세계적인 화제와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실크로드는, 하지만 수사 기관이 다크넷상에서 활동하는 범인을 검거하고 서버를 폐쇄한 극히 드문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크넷에 기생하는 범죄 사이트는 범죄 행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더욱 쉽게 만들고 있다. 마약이나 불법 무기 구매를 위해 현금 가득한 가방을 들고 우범지대 뒷골목으로 가는 대신, 일반인들이 안전한 집 안에서범죄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영국의 한 마약 중독자는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다크넷을 활용한 마약 밀매 사이트가) 내 삶을 훨씬 쉽게 만들어줬다이제 뒷골목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가 돈을 뺏기고 죽임을 당하거나 잠복 형사에게 붙잡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악의 제국, 혹은 자유의 최후 방어선

일선 수사기관에서는 이미 은밀하게 다크넷상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ational Crime Agency) 사이버범죄부의 앤디 아치볼드(Andy Archibald) 부국장은 “(다크넷과 같은) 새로운 온라인 환경은 사법당국 입장에서게임 체인저’(game changer,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변수)”라며우리는 레이더망 사각 지대 안에 숨으려는 자들을 가려내고 추적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추적 기술로는 다크넷상의 범죄자를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사법 당국의 대응책도 기존의 방법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미 FBI는 일종의 멀웨어(malware,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은밀하게 설치되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불법 행위가 일어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다크넷상의 사이트에 침투시켜 해당 사이트 이용자의 모든 컴퓨터를 감염시킨 뒤 토르의 추적 우회 기능을 무력화하고 용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이 같은 사법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다크넷의 익명성을 활용한 범죄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크넷의 기술적 기반인 토르는 이미 오픈소스로 공개돼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끊임없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는 상태며, 그에 비해 사법 당국의 기술적 대응은 범위가 충분히 넓지도, 비용과 시간 대비 효과적이지도 않다.

 

네트워크상의 불법 정보 생산과 유통을 막을 수 없다면 네트워크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악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다크넷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주장은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다크넷이 지켜주는 익명성이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란, 시리아, 중국 같이 아직 민주화가 정착되지 않고 인터넷이 정부의 검열과 통제하에 놓인 국가에서 다크넷은 개인의 의사 표현과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국가에서 익명성이란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 주는 개인의 유일한 무기나 마찬가지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크넷이 자신의 통치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토르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기술을 찾는 데 거액의 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지난 2010년 토르 프로그램에자유소프트웨어상’(Free Software Awards)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심사위원들은토르가 전 세계 약 3600만 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해 주었다는 성명을 내고 프라이버시 보호에 있어 다크넷의 역할에 힘을 실었다.

 

 

막거나, 혹은 바꾸거나

사실 새로운 기술이 인류에게 커다란 가능성과 위협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상황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핵분열 원리를 알아내면서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을 동시에 손에 쥐게 되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인류는 그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으로핵분열 원리를 땅에 묻고 잊어버리는 것을 택하지는 않았다. 2015년 다크넷의 현황과 사례를 깊게 파고든 책 <더 다크넷>(The Dark Net)을 펴낸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이미 바틀렛(Jamie Bartlett)도 다크넷의 어두운 면을 보고 기술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힘과 자유를 키울 수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그저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사용할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 9 14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다크넷이 제기하는 사회적, 기술적, 윤리적 도전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프랑스 고등경찰학교의 니콜라 아르파지앙(Nicolas Arpagian) 교수 역시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으며, 새로운 기술이 범죄를발명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신 범죄에 악용되는 신기술에 대해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기술적이며 정책적인 대안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크넷을 활용하는 게 결국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바꾸는 편이 실질적인 해결책이라는 견해도 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사이버 보안을 위한 여성 연대’(Circle of Women in Cyber Security) 설립자 나시라 게루지-살방(Nacira Guerroudji-Salvan) 박사는 이를 위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다크넷에 접근하는 것이 특히 젊은층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지적하며, “사이버 범죄에 맞설 힘을 길러 줄 예방 교육을 어릴 때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와 차도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차를 없애는 대신 도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듯,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이버 범죄에 대한 안전 교육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

 

*참고자료

unesco.org “An Expert Meeting in Paris Explores New Societal, Technological and Ethical Challenges of DarkNet”

telegraph.co.uk “Guns,  Drugs and Freedom: the Great Dark Net Debate”

npr.org “Infiltrating 'the Dark Net,' Where Criminals, Trolls and Extremists Reign”

Vanityfair.com “Welcome to the Dark Net, a Wilderness Where Invisible World Wars Are Fought and Hackers Roam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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